[아주 탐사기획] 캡틴 김상호 "진급 못하면 끝"…여군 유산 논란에 軍 구조적 문제 제기

  • 수도군단 직장 내 괴롭힘 의혹…"부조리 알아도 '불이익' 두려워 방관"

  • "문제 생기면 병사 군기만 잡아…중간관리자·지휘관부터 교육필요"

  • "엄정히 조사해 일벌백계…피해자 지원하는 투명한 군대로 거듭나야"

[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르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지난 19일 육군 장교 출신 유튜버 캡틴 김상호김상호가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군단 여군 유산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방효정 기자
지난 19일 육군 장교 출신 유튜버 '캡틴 김상호'(김상호)가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수도군단 여군 유산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방효정 기자]
육군 수도군단에서 임신한 여군에게 규정을 위반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고, 피해 여군은 반복적인 하혈 끝에 유산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군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 19일 '캡틴 김상호'(김상호)씨를 만나 해당 사건과 군 조직 문화의 실태를 짚었다. 김씨는 군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점을 지적해온 육군 장교 출신 유튜버다.

김씨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속한 부서의 특수성과 군의 진급 구조, 그리고 세대 간 문화 충돌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A 중령과 현 위관급 장교 세대 간 군 생활에 대한 인식 차이에 주목했다. 그는 "지금의 대위들은 합리적인 논리가 제시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대"라며 "반면 A 중령은 과거 자신이 군 생활을 하며 겪었던 강압적인 방식과 '이 정도는 해내야 한다'는 과거의 기준이 있어 그대로 요구하다 보니 현 세대에게 심각한 부조리로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지휘관들은 중간 관리자들에게 과거 자신들이 군 생활을 하던 시절만큼의 퍼포먼스를 요구하지만, 현재 변해버린 인력과 조직 문화로는 그것을 맞춰내기 어렵다"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상부의 압박은 그대로니 중간에 낀 영관급 간부들이 가장 취약한 진급 대상자들을 쥐어짜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교들에게 대위에서 소령으로의 진급은 군 생활의 생사를 가르는 기로"라며 "계급 정년이 있는 장교 조직에서 제때 진급하지 못하면 연금 수급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나이만 들어 전역해야 한다는 거대한 리스크를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급자의 평정 한 마디에 수년 간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다보니 이 점을 악용한 가스라이팅과 괴롭힘이 이뤄지고 피해자들은 이를 버텨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더불어 김씨는 부조리를 인지하고도 내부 동료들이 방관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장교들은 대학 졸업 후 군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군대가 세상의 전부로 느끼기 쉽다"며 "조직 내에서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만약 문제를 제기해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면 그 부대에는 이미 3~4년 전부터 진급을 준비하며 대기하던 인원들이 있어 진급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며 "결국 문제를 지적하는 순간 자신의 군 경력이 날아가기에 동료들조차 '잘 모르겠다'며 입을 닫게 된다"고 군의 폐쇄적인 문화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사건을 인지하고도 자정 능력을 발휘하기보다 은폐하려는 악습 역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야기를 듣거나 분위기를 감지했을 때 초기에 사전 교육을 하고 가해자를 분리 조치했다면 언론에 나오기 전에 해결됐을 일"이라며 "그러나 가해 중령의 잘못이 밝혀지면 그 위 대령이 '너는 왜 관리를 못 했냐'고 압박을 받기 때문에 자기 선에서 감추고 그 위에 있는 군단장 역시 군단의 치부가 드러날까 봐 숨기기에 급급하다"고 평가했다.

또 김씨는 군 자체적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려는 시스템이 부재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문제를 찾아내서 엄벌하고 제대로 처리한 지휘관이 있다면 오히려 칭찬을 해야 하는데, 군은 문제를 찾아낸 사람에게조차 '네가 지휘관인데 그걸 왜 신경 안 썼냐'며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며 "이러니 다들 숨기고 은폐하려는 미련한 짓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씨는 군이 사후약방문 형태의 실효성이 부족한 대책만을 반복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중견급 간부가 고의성을 가지고 능력이 있는 대위를 괴롭힌 사건이기에 중령, 대령, 사단장 같은 윗분들이 교육을 받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하지만 군은 항상 문제가 생기면 병사들 군기부터 잡고 아랫사람들만 불러다가 '괴롭힘 방지 교육', '성인지 교육'을 다시 하라고 지시한다"면서 모순적인 행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김씨는 "어느 조직에서나 사고나 범죄는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처 방식"이라며 "숨기기에 미련을 두지 말고 엄정하게 조사해 일벌백계하고, 피해자에게는 온전한 배상과 복귀를 지원하는 투명한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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