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서울의 전세 계약자들은 벌써 가을 이사철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새로 들어올 아파트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속도전을 말하지만, 세입자와 매수 대기자가 당장 확인하는 것은 몇 년 뒤 계획이 아니다. 올해와 내년에 실제 입주할 아파트다. 부동산 시장은 발표보다 입주에 먼저 반응한다.
수요를 누르는 정책은 많았다.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높이고, 거래를 규제하면 시장은 한동안 멈춘다. 그러나 살 집이 부족하다는 믿음이 퍼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전세시장은 더 빠르게 움직인다. 매매는 기다릴 수 있어도, 거주는 오래 미루기 어렵다. 전세가격은 그래서 시장이 느끼는 공급 부족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지표다.
직방이 집계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412가구다. 지난해보다 48% 줄어 사실상 반토막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흐름이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내년 이후에도 서울 입주물량은 장기 평균을 크게 밑돌 가능성이 크다. 올해의 감소보다 시장을 더 긴장시키는 것은 그 이후의 빈칸이다.
입주는 있어도 공백은 남는다
물론 올해 서울에 입주 단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반기 일부 대형 단지 입주는 가을 전세시장에 완충 요인이 될 수 있다.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잔금 마련을 위한 전세 물건이 나오고, 기존 주택에서 새 아파트로 옮겨가는 수요도 생긴다. 입주가 많으면 새 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기존 아파트 전세까지 숨통이 트인다.
그러나 대형 단지 입주와 서울 전체 전세 안정은 같은 말이 아니다. 입주 효과는 지역과 가격대에 따라 다르다. 정비사업 단지는 조합원이 직접 들어가는 물량도 많아 총가구 수만큼 전세 물건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서울 전세 수요는 권역과 가격대별로 움직인다. 강남권 신축 전세가 서울 모든 권역의 대기 수요를 흡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올가을 입주장은 단순한 계절 이벤트가 아니다. 하반기 입주가 일부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서울 전역에 고르게 퍼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가을은 재계약과 이사 수요가 겹치면서 임차인의 선택이 집중되는 시기다. 여기에 내년 이후 입주 부족 우려까지 겹치면, 전세 흐름은 단순한 계절 수요가 아니라 공급 불안을 확인하는 가격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실제 전세시장도 불안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오래 올랐고, 최근에는 상승폭도 커졌다.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로 밀려나는 흐름은 강해졌다. 임차인은 더 많은 보증금을 마련할지, 월세 부담을 받아들일지, 외곽으로 밀려날지를 계산해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거주지 선택과 첫 내 집 마련 시점이 함께 흔들린다.
전세난은 매매심리로 번진다
이때 일부 수요는 매매로 넘어간다. 전세 재계약 비용이 커지면 무주택자의 판단은 달라진다. “조금 더 기다리자”는 생각이 “차라리 사자”로 바뀐다. 집주인의 계산도 달라진다. 전세금이 오르면 보유 부담이 줄어든다. 급하게 팔 이유가 약해진다. 전세난이 곧바로 매매가격 상승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수 전환과 매물 잠김을 동시에 만드는 압력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 입주물량 감소는 전세가격을 거쳐 매매심리로 번질 수 있는 선행 신호다. 신축 희소성이 커지면 그 압력은 구축 전세까지 번진다.
공급 속도전은 필요하다.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를 앞당기고, 사업 절차를 줄이고, 착공을 늘리는 일은 늦출 수 없다. 다만 속도전에도 시간이 걸린다. 인허가가 빨라져도 그 효과가 내년 가을 입주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와 내년의 입주물량은 지금의 정책이 아니라 과거 몇 년간의 인허가와 착공이 만든 결과다.
최근 일부 인허가 지표가 반등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누계 기준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착공과 인허가는 여전히 약하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말하려면 몇만 가구를 내놓겠다는 발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지역의 어떤 사업이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하는지까지 보여줘야 한다. 공급정책의 신뢰는 결국 발표문이 아니라 실행 일정에서 나온다.
올가을 전세시장은 하반기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급정책의 신뢰가 시장에서 먼저 검증되는 시기다. 전세가 눌리면 시장은 잠시 공급을 믿을 수 있다. 반대로 입주장이 전세 불안을 누르지 못하면 공급 부족은 전망이 아니라 가격 기대가 된다. 그 기대가 매매시장으로 옮겨가면 규제만으로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서울 집값은 정부의 의지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앞으로 살 집이 충분히 나올지, 전세를 구할 수 있을지, 지금 사지 않아도 버틸 수 있을지를 함께 계산한다. 입주물량 반토막이 가볍지 않은 이유다. 이것은 단순히 올해 새 아파트가 적다는 뜻이 아니다. 전세시장과 매매심리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공급 신뢰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공급 발표가 아니다.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입주 예정표다. 공급 속도전이 효과를 내려면 먼저 도착한 입주 절벽부터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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