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핵잠 개발 '본궤도'...먼저 챙겨야 할 것은

정동조 예비역 해군준장 사진본인
정동조 예비역 해군준장 [사진=본인]
 
핵추진잠수함(핵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 대표단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우리 군도 핵잠 획득 절차에 착수했다고 한다. 오랜 논의 끝에 숙원 과제에서 추진 과제로 전환되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핵잠 개발에 “최소 10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다른 무기 개발에 걸린 기간을 두고 하는 말이거나 기술적 난이도를 고려한 추정일 것이다. 해군이 핵잠 도입 필요성을 설득하고 정부가 핵연료 획득을 위한 외교 협상 과정은 통제 밖의 영역이었다면 사업을 이끌 조직과 업무 체계 설계는 통제 가능한 영역이다.
 
외부 기술 확보 여부는 정책과 외교의 영역이므로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통제 가능한 것 중 ‘조직’과 ‘권한’ 그리고 어떤 사람이 이끌 것인지를 정해야 할 단계에 들어섰다.
 
개발 기간(T)은 의사결정의 수(N), 각 결정에 걸리는 평균 시간(Td), 의사결정의 병렬 추진도(P)에 따라 달라진다(T=N·Td/P). 즉 개발 기간은 기술 난이도 못지않게 의사결정 속도와 병렬 추진 정도에 의해 좌우된다. 뒤에 설명할 미국의 핵잠 개발 과정이 그걸 말해준다.
 
원자로 개발도 고난도의 과정이겠지만 바닷속에서 작전하는 잠수함이라는 극한 환경의 플랫폼에 원자력 동력을 통합해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복합체계(system of systems)를 개발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기술적 판단들이 이어진다. 판단 하나의 지연이 전체 사업 지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핵잠은 체계의 무결성(system integrity) 보장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고도의 기술·공학적 판단이 정치적·행정적 절차에 지나치게 종속되면 사업은 크게 지연될 수밖에 없다. 공학적 판단력을 가진 총관리자의 권한과 책임하에 추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노틸러스호(USS Nautilus, SSN-571) 개발 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48세인 기술장교 리코버 해군 대령이 해군과 원자력위원회(AEC) 양쪽 모자를 동시에 쓰고 관료적 간섭을 최소화하며 기술적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흥미롭게도 그 업무 구조를 직접 제안하고 관철했다. 기술적·공학적 판단은 다른 권위에서도 독립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1950년 3월 사업 결정부터 첫 항해까지 4년 10개월이 걸렸다. 2년의 개념 검토를 포함해도 6년 반 동안 연료 개발, 원자로 설계, 육상 원형(prototype) 제작, 특수소재 개발, 잠수함 설계·건조를 마쳤다. 육상 원형 원자로 시험과 실선용 원자로 제작에 단 6개월 차이만 두고 병행 추진되었다.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를 짚어보자. 원자로 개발에서 가장 먼저 결정되어야 할 것은 연료의 농축도이다. 고농축우라늄(HEU)은 무기화가 용이해 대안에서 제외된다. 20% 미만인 저농축우라늄(LEU)에도 민수용인 3~5%에서 19.9%까지 선택 폭이 있다.
 
농축도는 단순 숫자가 아니라 원자로 설계, 잠수함 크기, 운용과 정비 개념, 전 주기 비용을 좌우하는 출발점이다. 농축도가 낮아 노심이 커지면 차폐해야 할 표면적과 방사선원이 함께 증가한다. 이는 △차폐체 중량 △잠수함 배수량 △추진 출력 △필요한 열출력 △노심 크기로 이어지며 설계 변수들이 서로 순환적으로 영향을 주는 구조다. 또한, 농축도는 연료 교체 주기를 결정한다.
 
HEU를 쓰는 미국 잠수함은 수명주기 동안 교체하지 않고, LEU를 쓰는 프랑스는 10년마다 교체하면서 대규모 정비를 한다. 이렇듯, 우라늄 농축도가 결정되어야 다른 설계요소들이 결정된다.
 
요약하면 핵잠 개발의 성패는 연료 사용 승인, 외부 기술 확보 여부의 비통제 영역에서 기술적·공학적 판단의 권한을 어느 수준으로 부여할지, 기존 획득 절차를 넘어서는 전담조직을 어떤 구조로 만들지가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핵잠 개발은 국가 차원의 기술력, 조직 설계, 의사결정 문화까지 시험받는 사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런 이해 위에서 정부의 협상력은 강화될 것이며, 성공적인 사업 추진의 기반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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