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의 주역인 정현숙 한국여성탁구연맹 회장이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를 맞아 반세기가 넘는 자신의 탁구 인생을 돌아보며 생활탁구의 가치와 한국 탁구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정 회장은 한국 탁구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선수 시절 세계 정상에 올랐던 그는 은퇴 이후에도 한국 탁구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오며 생활체육 활성화와 국제 교류 확대에 힘써왔다. 특히 여성들이 보다 쉽게 탁구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앞장서며 생활탁구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번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에도 정 회장은 동반자를 포함한 한국여성탁구연맹 소속 선수 160명과 함께 참가해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마스터즈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그에게 이번 대회는 국제대회를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이 현실이 된 의미 있는 순간이다.
정 회장이 생활탁구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은 계기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이었다. 당시 중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탁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생활체육이 엘리트 스포츠 경쟁력의 토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회고했다.
정현숙 회장은 “중국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탁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강한 탁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생활체육이 활성화될수록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이후 그의 활동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여성 스포츠 활성화와 생활탁구 보급에 힘을 쏟아온 그는 2009년 출범한 한국여성탁구연맹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생활탁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동호인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와의 인연 역시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여성탁구연맹은 201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세계베테랑탁구선수권대회에 처음 선수단을 구성해 참가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생활탁구인들에게 세계 베테랑 무대는 낯설고 생소한 영역이었다.
정 회장은 “처음에는 세계대회에 나갈 수준이 되는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엘리트 선수들에게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듯 생활체육 선수들에게도 세계 무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참가 경험은 선수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동호인들이 국적과 언어를 넘어 탁구로 소통하는 모습은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정 회장은 “당시 참가자 중 한 분이 ‘올림픽에 온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경기를 하고 교류하는 경험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 생활탁구인들의 세계대회 참가도 꾸준히 이어졌다. 동시에 국제대회 국내 유치에 대한 열망도 커졌다. 정 회장은 한국여성탁구연맹을 중심으로 2015년 중국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현장에서 2018 세계베테랑탁구선수권대회 유치전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비록 당시 유치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생활탁구가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를 준비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그 경험들이 지금의 강릉 대회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는 마침내 한국 땅에서 개최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성공 개최를 언급하며 한국 탁구인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산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수많은 탁구인들이 오랜 기간 국제대회 개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강릉 역시 훌륭한 시설과 아름다운 환경을 갖추고 있어 해외 선수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회가 국내 생활탁구 활성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했다. 세계대회 참가 경험이 또 다른 도전의 동기가 되고, 그것이 생활체육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 회장은 “세계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돌아가서 자신이 경험한 감동을 주변에 이야기하게 된다”며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생활탁구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는 지난 6일 강릉 오벌(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정현숙 회장은 레전드석에서 개막식을 함께하며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마스터즈 무대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50여 년 전 세계 정상에 섰던 선수에서 생활탁구 발전을 이끄는 지도자로 변신한 정현숙 회장의 발자취는 한국 탁구가 걸어온 길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강릉 대회가 그의 바람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탁구를 통해 세계와 만나고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는 세계 각국의 생활체육 탁구인들이 참가해 경쟁과 교류를 펼치는 최대 규모의 국제 생활체육 탁구 축제로 오는 대회 기간 동안 강릉 전역에서 열띤 경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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