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북은 형식부터 상징성이 크다. 장쩌민 전 주석의 2001년 방북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2005년 방북은 모두 ‘공식친선 방문’이었다. 반면 시진핑의 2019년 방북과 이번 방북은 모두 ‘국빈 방문’이다. 북한이 중국 최고지도자를 최고 수준의 국가 의전으로 맞이한다는 뜻이다. 방문 일정은 1박 2일로 짧지만, 외교적 무게는 가볍지 않다.
다만 2019년과 비교하면 분위기 조성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2019년에는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뤄자오후이 외교부 부부장이 취재진 브리핑을 통해 방북 의미와 주요 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중조 우의탑 방문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며 북중 수교 70주년의 역사성과 우호를 강조했다. 이번에는 대외연락부 대변인 발표 형식에 머물렀다. 이는 현재의 북중 관계가 2018~2019년처럼 김정은과 시진핑이 1년 3개월 사이 다섯 차례나 만났던 초밀착 국면과는 다소 다른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시진핑 방북은 장면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연출됐다. 노동신문은 방북 하루 전 시진핑의 기고문을 1면에 실었다. 외국 최고지도자의 기고문이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북한은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시진핑을 환영했고, 외국 지도자에게 이 공간을 개방한 것도 처음이었다. 시진핑의 숙소로 제공된 금수산영빈관 역시 당시 처음 공개됐다.
이번 방북은 시진핑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019년에는 김정은이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한 뒤 시진핑이 평양을 찾았다. 이번에는 김정은의 지난해 9월 베이징 방문 이후 비교적 빠르게 시진핑이 평양을 찾는 모양새다. 이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중국 입장에서 다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김정은에게도 상당한 외교적 체면을 세워주는 행보다.
국제 정세의 맥락도 중요하다. 2019년 방북은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당시 시진핑은 미중 갈등과 북핵 외교의 복잡한 국면 속에서 평양 카드를 활용했다. 이번 방북은 최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겉으로는 북중 우호와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중국의 ‘북한 관리’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중국은 북한을 완전히 러시아 쪽으로 밀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의 돌발 행동을 방치할 수도 없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몸값을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평양을 직접 찾아 김정은과의 관계를 재정렬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방북은 단순한 친선 방문이 아니라, 북한을 중국의 전략적 궤도 안에 다시 붙들어두려는 외교 행위로 볼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북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안보, 북핵 문제, 북중러 관계, 미중 경쟁, 남북관계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흐름 속에서 중국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이 얼마나 등장하는지, ‘전략적 협력’과 ‘공동 대응’이라는 표현이 어느 수준으로 강화되는지가 핵심 관찰 지점이다.
결국 시진핑의 두 번째 국빈 방북은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북한을 관리하고 조율하려 한다. 셋째, 한반도 문제는 다시 미중 경쟁과 북중러 협력의 교차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9년 방북이 북중관계 복원의 상징이었다면, 이번 방북은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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