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이 프랑스에 최대 750억 유로(약 131조 원)를 들여 유럽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미국에 집중된 AI 컴퓨팅 인프라를 유럽으로 넓히는 동시에, 원전 비중이 높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프랑스를 새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프트뱅크그룹이 프랑스에 총 5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한다고 31일 보도했다. 최종 투자 규모는 750억 유로(약 14조 엔)에 이를 전망으로, 계획대로면 유럽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다음 달 1일 프랑스 정부가 주최하는 투자 유치 행사 '추즈 프랑스'에서 이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일본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이 소프트뱅크에 투자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750억 유로 전액이 소프트뱅크의 직접 투자는 아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자체 투자는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와 AI 반도체는 고객인 클라우드 사업자 등이 직접 들여오며, 소프트뱅크는 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 융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독일 조사회사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수는 미국이 4000곳을 넘어 압도적이다. 영국과 독일이 각각 500곳을 웃돌지만 미국과 격차가 크고, 프랑스도 300곳 남짓에 그친다.
소프트뱅크는 공급망도 함께 구축한다. 프랑스 전기설비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과 제휴해 북부 됭케르크항에 데이터센터용 전원 설비 공장을 새로 세운다. 설비를 직접 확보해 데이터센터 건설을 빠르게 진행하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자본과 전력, 냉각 설비, 부지가 동시에 필요한 사업이다. 그동안 AI 경쟁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첨단 반도체 확보전이었다면, 이제는 확보한 반도체를 어디에서 어떤 전력으로 돌릴지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프랑스를 택한 배경에도 전력이 있다.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도 미국보다 저렴하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2월 발표한 'AI 국가전략'에서 수년간 1000억 유로가 넘는 민관 자금을 AI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인도와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AI 개발·활용에서 협력하며 미국·중국과 구분되는 'AI 제3극'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강화하고 있다.
AI 컴퓨팅 자원은 단순한 민간 설비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자국이나 역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기업과 연구기관은 미국 클라우드 기업의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유럽으로서는 데이터 주권과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자체 AI 인프라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빅테크도 프랑스를 유망 투자처로 본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26~2028년 AI 인프라 정비 등에 150억 유로 넘게 투자할 계획이고, 마이크로소프트도 2024년 AI 관련 분야에 4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AI 투자는 미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80조 엔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소프트뱅크는 AI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부채가 늘고 있어, AI 수요가 예상만큼 늘지 않으면 투자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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