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학생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 세 차례 출석하지 않아 패소를 확정시킨 권경애 변호사가 유족에게 6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권 변호사가 뒤늦게 패소 사실을 알리며 작성한 '9000만원 지급 각서'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권 변호사가 부담할 배상액은 환송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중 약정금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권 변호사와 해미르가 이씨에게 위자료 6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 판단은 그대로 확정했다. 해미르가 별도로 수임료 청산금 2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도 유지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권 변호사가 유족에게 작성해 준 9000만원 지급 각서다. 권 변호사는 항소심 패소 사실을 뒤늦게 알리면서 3년간 매년 말 3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2심은 해당 각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권 변호사의 잘못이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각서가 작성됐는데, 이후 사건이 기사화되면서 지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 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내용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고 달리 해석될 여지도 별로 없다"며 "권 변호사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이므로 이행각서의 작성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급 조건을 이행각서 내용으로 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각서 효력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뒤집으면서 유족 측의 9000만원 약정금 청구는 재심리를 받게 됐다. 환송심 결과에 따라 권 변호사의 배상 규모는 현재 확정된 6500만원보다 늘어날 수 있다.
사건은 권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 학생 박주원 양 유족의 손해배상 소송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유족은 2016년 가해 학생 부모와 학교법인, 서울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권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연속 출석하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상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반복해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 사건도 이에 따라 원고 패소가 확정됐다.
권 변호사는 패소 사실을 약 5개월 동안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결국 유족은 상고 기회를 놓쳤고, 이후 권 변호사와 해미르를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권 변호사의 행위를 "고의에 가깝게 주의를 결여한 중과실"이라고 판단해 5000만원 배상을 명령했다. 2심은 위자료를 6500만원으로 늘리며 "원고 입장에서는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해 장기간 이어온 소송이 소송대리인의 잘못으로 허망하게 끝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위자료와 재산상 손해배상, 수임료 청산금 등에 관한 원심 판단에는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그대로 유지했다.
권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2023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정직 1년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한편 사건의 발단이 된 학교폭력 손해배상 본안 소송도 현재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되고 있다. 유족 측은 권 변호사의 불출석이 '대리권 남용'에 해당해 항소취하 간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최근 변론을 재개했으며 다음 달 24일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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