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B-컷] "소녀들의 웃음과 우정으로"…김민하 감독·한선화가 말하는 '교생실습'

한 작품에는 수많은 시선이 존재합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었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느꼈던 감각은 모두 다를지도 모릅니다. <최송희의 B-컷>은 스크린에 담긴 'A-컷' 너머 생생한 현장이 담긴 이면의 기록을 주목합니다.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를 교차해 완성된 프레임보다 더 뜨거웠던 'B-컷'의 순간을 재구성합니다. <편집자 주>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생실습'은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열혈 MZ 교생 은경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하이스쿨 호러블리 코미디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흐름을 잇는 작품으로, 기이하고 낯선 학교를 배경으로 교권 문제와 사교육 시장, 소녀들의 우정, 장르적 유머를 한데 끌어들인다.

'교생실습'이 관객과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 독특한 장르적 색채로 지지를 얻었지만 냉정한 시장의 잣대는 달랐다. 김민하 감독은 "3만 관객이 너무 감사하지만 냉정한 시장의 잣대로 볼 때는 안 된 영화였다"고 말했다. 그 영향은 다음 작품의 제작 과정에도 이어졌다.

"필요로 한 예산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찍게 됐어요. 스태프의 95%가 전작과 같았는데 시작할 때 다 모아놓고 이야기했어요. 제작비가 이렇게 됐다. 우리가 처음 하려고 했던 예산의 반도 안 된다. 그러니 떠나도 좋다. 아무도 원망하지 않겠다고요. 그런데 아무도 안 떠났어요. 배가 가라앉을 때 필요한 것만 남기고 버리잖아요. 그렇게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한 거죠. 예산이 안 돼서 카메라 달리도 못 뺐어요. 정말 마지막 결전에 나가는 느낌이었어요."(김민하 감독)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빠듯한 환경 속에서도 영화는 완성됐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한정된 조건 안에서 장면을 밀어붙였고 김 감독은 편집까지 직접 맡아 영화제에 작품을 올렸다. 성과도 있었지만 개봉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다시 불씨를 살린 건 관객들이었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 OTT에서 다시 주목받고 '걸스나잇 영화'라는 반응과 함께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교생실습'의 개봉 가능성도 조금씩 커졌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이 온라인동영상스비스(OTT)에 올라간 뒤 엑스(구 트위터)에서 자주 언급됐어요. '걸스나잇무비'로 불리면서 인기를 탄 거예요. 이 영화를 지지하는 관객들이 있으니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교생실습'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김민하 감독)

한선화는 이 불안정하고도 독특한 세계관에 몸을 맡겼다. 김민하 감독의 장르를 논리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감독이 만들어놓은 세계 안에서 진심으로 반응하는 방식을 택했다.

"저는 진짜 감독님을 믿고 그 세계관에서 연기했어요.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집 있게 '볼 거면 보고 말 거면 말아라' 하는 입장이 있으셨거든요. 그 세계관 안에서 재밌었으면 재밌는 거고요. 뚝심 있게 영화를 만드신 것 같아요. 저는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재밌게 연기했습니다."(한선화)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교생실습'의 문제의식은 교권의 현실에서 출발했다. 김민하 감독은 단편 '버거송 챌린지'가 2023년 교육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마주했다. 폐막식이 열린 날은 서이초 교사 사망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다. 객석을 채운 교사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GV)에 갔는데 객석에 있는 선생님들이 다 검은 옷을 입고 계셨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 주간이 추모 기간이었고 '공교육 멈춤의 날'이 있던 때였어요. 그 전까지는 교권 문제를 언론에서 보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강도가 아니더라고요. 이 시대의 슬픔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교생실습'에는 교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김민하 감독)

관심은 교육의 역사와 현재로 확장됐다. 김 감독은 서당이 사라진 과정을 찾아보며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꼈고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사교육 시장은 커지는 현실을 보며 공교육의 빈자리를 떠올렸다. 그는 이 모순 역시 '교생실습'이 품어야 할 슬픔이라고 봤다.

"부끄럽게도 그전까지는 서당이 자연스럽게 근대화되면서 사라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독립군이 훈장이 되어 수많은 학동을 가르쳤고 일본이 그 위험성을 알고 토벌 작전을 펼쳤어요. 그걸 보면서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어요. 또 학생은 계속 줄어드는데 사교육은 최고치를 찍었다는 것도 시대의 슬픔이라고 생각했습니다."(김민하 감독)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문제는 그 슬픔을 어떻게 영화 안에 담느냐였다. '교생실습'은 웃음을 가진 영화지만 그 웃음이 현실의 아픔을 가볍게 만들어서는 안 됐다. 김 감독은 한선화와 그 지점을 오래 이야기했다고 했다.

"한선화 배우와는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이 슬픔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웃기지만 우습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선화 배우가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줬습니다. 본인도 코미디나 웃음을 위한 부분은 차순위였고 가장 우선에 둔 건 교권의 슬픔이었어요. 이 슬픔에 공감해주신 거죠."(김민하 감독)

한선화는 자신이 관객을 이 세계관 안으로 안내하는 통로가 되기를 바랐다. 김민하 감독의 영화는 뚜렷한 취향과 문법을 가진 만큼 누군가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 한선화는 그 장벽을 조금 낮추는 역할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였다.

"'교생실습'을 보면서 김민하 감독님이 그린 독특한 세계관에 관객들이 진입할 때 누군가에게는 허들이 높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어려움을 조금은 쉽게 바꿔주는 게 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쓰인다면 너무 다행이고요. 저를 통해서 이 세계관에 쉽게 접근하고 입장하시면 좋겠습니다."(한선화)

영화제를 거치며 한선화가 새롭게 느낀 것도 있었다. 김민하 감독의 영화를 지지하는 관객들이 생각보다 두텁고 그 취향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감독님 팬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김민하 감독의 장르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느꼈습니다. 영화제를 다녀봤는데 김민하 감독님만큼 색깔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처음 봤어요."(한선화)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민하 감독에게도 관객들의 반응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경험이었다. 특히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다시 끌어올린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그는 울컥했다고 했다. 소녀들의 우정과 웃음이 영화를 다시 살려냈다는 감각 때문이었다.

"혼자 울컥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이건 소녀들의 우정에 대한 영화잖아요. '걸스나잇'이라는 밤이 여자친구들이 우정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보는데 그 우정과 웃음이 이 영화를 다시 살려준 것 같았어요. 후기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김민하 감독)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