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는 더 이상 주변적 존재가 아니다. 2015년 10월 말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는 약 90만8000명이었지만, 2025년 10월 말에는 약 257만1000명으로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소도 약 15만2000곳에서 약 37만1000곳으로 늘어났다. 10년 사이 외국인 노동자는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외국인 노동이 일부 업종의 보조적 인력이 아니라 일본 노동시장과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구조적 요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확대 범위도 넓어졌다. 과거 외국인 노동자는 제조업과 대도시권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숙박·음식서비스업, 도소매업, 건설업, 의료·복지, 기타 서비스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도쿄, 아이치, 오사카 등 대도시와 제조업 벨트에 더 집중되어 있었으나 최근에는 지방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국적 구성도 중국 중심에서 베트남, 필리핀, 네팔,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 출신으로 다원화되고 있다. 재류자격도 신분계 재류자격 중심에서 전문적·기술적 분야와 특정기능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는 또 다른 정책적 과제를 일본 사회에 던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으며 일본의 노동시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일본의 통계와 선행 연구를 보면 외국인 노동시장은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뚜렷하게 분절되어 있다는 과제가 있다. 고도전문직,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영주자, 특정기능, 기능실습, 유학생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재류자격을 보유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이들의 실제 노동시장 내 위치와 생활 조건은 크게 다른 것이 실태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차이는 임금이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평균임금은 최근 상승하고 있지만, 재류자격별 격차는 크다. 고도전문직은 높은 임금을 받는 반면, 특정기능과 기능실습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수준에 머문다. 내각부 분석도 고용형태와 학력, 근속연수 등을 통제한 뒤에도 특정기능과 기능실습 노동자의 임금이 일본인보다 낮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반면 영주자, 특히 대졸 이상 영주자는 일본인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확인된다. 외국인 노동시장은 ‘외국인=저임금’이라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고숙련·정주형 상층과 중저숙련·순환형 하층이 공존하는 이중구조에 가깝다.
고용 안정성에서도 같은 분절이 나타난다.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나 고도전문직과 같은 재류자격의 외국인 노동자는 정사원·정직원 비율과 무기계약 비율이 높다. 반면 기능실습과 특정기능의 재류자격은 일본의 인력난 부문에 전일제로 투입되는 핵심 노동력이지만, 유기계약과 체류기간의 제약 속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유학생은 주로 단시간·비정규 노동에 집중된다. 다시 말해 어떤 외국인은 장기 경력 형성의 경로에 들어가지만, 다른 외국인은 현장형 노동력으로 활용되면서도 안정적 정착의 경로는 제한되는 구조가 병존한다.
교육수준과 일본 내 교육 경험도 격차를 만든다. 일본에서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외국인은 일본어 능력, 일본식 취업 관행에 대한 이해, 인적 네트워크를 함께 축적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해외에서 학력과 경험을 쌓았더라도 그것이 일본 노동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면 임금과 직무 배치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생활기반의 차이도 크다. 기능실습과 특정기능 노동자는 낮은 소득에도 본국 가족에게 송금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이는 이들이 일본에서 안정적 생활기반을 형성하기보다 본국 가족 부양을 위해 일하는 순환형 노동이주의 성격을 여전히 강하게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영주자와 일부 전문·기술계 외국인은 일본 내 가족생활, 주거, 소비, 지역사회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더 크다.
직장 내 통합에서도 일본어와 소통 능력의 문제가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외국인을 고용하면서 가장 많이 지적하는 어려움은 일본어 능력 부족과 소통 능력 부재의 문제이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의료·복지, 서비스업처럼 현장 협업과 안전관리가 중요한 업종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를 외국인 개인의 일본어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일본 기업의 업무 방식은 암묵적 지시, 현장 경험 중심의 학습, 조직문화에 대한 눈치에 크게 의존해 왔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기업도 업무지시, 안전규칙, 직무교육, 상담체계를 더 명확하게 언어화하고 가시화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정책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첫째, 기능실습을 발전적으로 해소하고 육성취로제도를 도입하여 단순한 인력 활용이 아니라 숙련 형성과 특정기능으로의 이행을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정 요건 아래 본인 의향에 따른 전적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기능실습제도가 안고 있던 이동 제한과 낮은 협상력 문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특정기능 2호의 확대도 중저숙련 외국인에게 장기 체류와 가족 동반의 가능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이해된다.
둘째, 일본은 직장 내 일본어와 소통능력 향상을 외국인 개인에게만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다카이치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에 대한 종합적 대응책은 취업 전 준비, 취업 매칭, 취업 후 적응, 분쟁 예방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체계를 정비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직장 적응 문제를 개별 기업과 외국인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이 함께 관리하는 정책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일본은 외국인의 정착 지원과 관리 강화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일본의 외국인 정책은 ‘공생’만을 강조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규칙을 언어화하고 가시화하며, 외국인이 일본의 사회규범과 제도를 이해하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행정정보 연계를 통해 체류질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필자가 ‘관리형 공생모델’이라고 부르는 흐름으로 지난번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 역시 제조업, 농축산업, 건설업, 돌봄서비스,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를 부족한 인력을 메우는 수단으로만 보면 일본과 비슷한 분절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늘어나지만 저임금, 불안정 고용, 언어장벽, 지역사회 고립 속에 머문다면 그것은 진정한 노동시장 통합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도 외국인 노동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도입 규모 관리에서 노동시장 통합으로 넓혀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숙련 형성, 임금과 고용조건의 공정성, 직장 내 한국어 교육, 사업장 이동과 경력개발, 지역사회 정착 지원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특히 열위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가 숙련을 쌓고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통합은 시혜가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이다.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양적 확대는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지만 질적 통합은 훨씬 어렵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며 그들이 어떤 임금을 받고, 어떤 계약 아래 일하며, 어떤 언어로 소통하고, 어떤 숙련을 쌓고, 어떤 생활기반을 형성하는지가 진짜 문제이다. 한국도 이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얼마나 더 받을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 노동시장 안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게 할 것인가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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