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수출 증시 왜 이처럼 뜨거울까? 새로운 변수가 된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

  • 국가·기업이 가진 '초크 포인트(조임목)'를 잘 활용하면 이익 커져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수출과 국내 증시가 계속 폭죽을 터뜨린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영향으로 서민 경제는 울상이지만 외견상 경제 지표만을 놓고 보면 기대치를 훨씬 웃돈다. 수출 호조에 편승하여 설비 투자와 건설 경기 반등에 따라 1분기 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1.7%를 달성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경제 예측 기관들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전 딴판이다. 1분기 수출은 역대 최대치인 2,199억 달러로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섰다. 이제 우리 앞에는 中·美·獨·네덜란드뿐이다. 수출 톱7 국가 중 증가율이 월등하게 높다. 증시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7000고지를 넘어서면서 1년 반 만에 3배나 껑충 뛰었다. 이 또한 세계 1위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중동 전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인공 지능(AI) 열풍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이 이 물꼬의 정중앙에 올라타면서 최대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삼전·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이 수출과 증시에서 기록적인 랠리를 보여주면서 당분간은 꺾일 기미가 없어 보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실적까지 두 자릿수 급성장을 하면서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AI發 호황을 전쟁도 말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때 투자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AI 버블(거품론)’우려도 있었으나 최근 AI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 가속화로 천문학적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이를 불식시키고 있다. 미·중 AI 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이고, 이에 처질세라 주요 선진국들의 합류도 급물살을 탄다.

한국 수출 혹은 증시가 왜 이처럼 뜨거울까? 수출에서는 반도체라는 절대적 효자 품목에 더해 새로운 유망 품목이 본격적으로 수출 전선에 합류하고 있다. 증시도 이와 유사하며, 그동안 저평가되어왔던 주가가 이제 제대로 대접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결과다.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이 흐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모처럼 한국 기업이 누리고 있는 반사이익(反射利益) 측면이다. 일반적으로 반사이익이란 경쟁 상대의 실수, 규제, 피해로 인해 간접적으로 얻게 되는 부수적 이득을 뜻한다. 직접적인 노력보다는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어부지리(漁父之利) 혹은 틈새 이익의 성격이 강하며, 경쟁 상대의 악재가 나에게는 호재가 되는 상황을 두고 말한다.
 
국제 무역에서 반사이익이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의 전체 이익(파이)이 일정해 한쪽이 손해를 보면 다른 한쪽이 이득을 보는 ‘제로섬(Zero-Sum)’게임이 자주 적용된다.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행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원인으로 대체 산유국인 러시아와 미국의 수출이 대거 늘었다. 중국은 비료 원료와 완제품 최대 공급국으로써 비료 가격을 올려 세계 농업 시장에서 중국의 장악력을 배가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의 일환이다. 전쟁으로 야기된‘각자도생’의 세계 질서 속에서 주요국이 가진‘초크 포인트(조임목)를 움켜쥐면 상대에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이 명확해지는 분위기다. 단순한 지리적 이점인‘물리적 병목’만이 아닌 핵심 광물 등 첨단산업 소재, AI 반도체 등 ‘공급망 병목’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들이 경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는 중국 기술·부품·장비 경계감, 한국산에 기회

최근 국가 간의 거래에서 한국이 얻는 반사이익이 꽤 짭짤하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미국의 무차별적 고관세 압박으로 수혜·피해 품목이 공존하지만, 중국산과 경쟁이 치열한 품목군에서 확실히 이익을 보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고관세, 공급망 재편, 첨단 기술 규제 등에 따른 탓이다. AI 메모리 반도체를 위시해 변압기와 가스터빈을 비롯한 전력기기, 자동차 배터리, 조선·LNG·해양플랜트, 산업용 센서·계측기 등이 있다. 이외에도 유사한 이유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한류 영향에 편승하여 강세를 보인다. 같은 경제권인 캐나다와 멕시코 시장에서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멕시코가 중국산 전기차에 50%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로 현지 수입상들도 중국산을 기피하고 한국산 등 대체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조짐이 확연하다.
 
유럽에서는 미국과는 다르게 관세가 아닌 중국 견제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 환경·공공 인프라 보안·인증 등을 통한 규제 강화(디리스킹)로 중국산의 시장 진입이 주춤한 대신 한국산이 상대적 이익을 보고 있다. 일례로 최근 영국이 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청산하려는 듯 자국 해상 풍력 프로젝트서 중국산 풍력터빈을 원천 배제했다. 중국 기술에 대한 의존이 영국 안보에 치명적 이로 인한 양국 갈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국 기술에 대한 의존이 국가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산업 인프라에 드는 제품이나 부품·소재에서 한국산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아시아권인 호주나 동남아에서도 중국산의 제도적 배제 혹은 독점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 중이다. 자연스럽게 한국 부품·장비가 AI 등 인프라 시장에서 병목을 뚫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국 경제에 이런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한편으로 내부적으로 보면 심각한 고민이 산적하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대다수 업종이 아직 꽁꽁 얼어붙어 있는 시장 양극화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반도체 착시 경제라고 하겠나. 소비 심리는 냉랭하고 청년 실업률은 5년 새 최고다. 다행스럽게 악재만 있는 게 아니고 호재도 있어 이를 잘 버무린다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소득·거래세가 늘어 세수는 풍년이다. 고유가 피해 지원 단발성 현금 살포보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가 훨씬 더 중요하다. 반도체를 이를 수출 효자 품목을 키워내야 한다. 기업이나 노동에 대한 균형적 접근으로 친기업이 친노동이 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중동 전쟁 이후 형성될 전후 재건 수요에도 반사이익이 생겨날 수 있어 세계 시장의 흐름에 민첩해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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