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루 만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30일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전격적인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160엔 후반까지 밀렸다가 단 몇 시간 만에 155엔대로 급락했다. 변동 폭은 달러당 약 5엔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닛케이 취재에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2024년 7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의 개입이다.
이번 조치는 시점부터 이례적이었다. 일본은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이어지는 '골든위크' 연휴에 들어간 상태다. 4월 30일과 5월 1일은 공식 휴일은 아니지만 시장 참여자가 크게 줄어 거래가 위축되는 구간이다. 닛케이는 "거래가 줄어드는 시기를 노린 투기적 엔화 매도를 겨냥해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개입 직전 "단호한 조치를 취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고, 재무성의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은 "최종 경고"라며 강도 높은 표현으로 시장을 압박했다. 이후 불과 수십 분 만에 환율이 급변하면서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실탄 개입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사히신문은 "재무당국의 발언 직후 엔화 매수 움직임이 급격히 확대되며 환율이 155엔대까지 급락했다"며 "정부·일본은행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160엔대에서 155엔대로 약 5엔 급락하며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개입은 '속도'에서 시장의 예상을 빗나갔다. 닛케이에 따르면 환율은 불과 5분 사이 1엔 이상 급락했고,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단시간에 5엔 가까이 움직였다. 닛케이는 투기 세력이 손실을 감수하고 엔화 매수로 돌아서면서 환율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기준 투기 자금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이미 1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까지 쌓여 있었다. 포지션이 한쪽으로 쏠린 상황에서 개입이 이뤄지자 손실을 피하기 위한 매수 전환, 즉 쇼트 커버링이 발생하며 하락폭이 확대됐다. 다만 효과의 지속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닛케이는 "중동 정세 불안과 원유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한 엔저 압력은 다시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남아 있다.
미국 정부의 반응도 변수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 재무부 대변인은 일본 재무성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월 가타야마 재무상과의 회담에서 "과도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한 바 있다. 미 재무부는 일본의 엔화 매수 개입에 대해서는 용인하는 입장을 보여 왔는데, 트럼프 정권이 문제 삼아온 통화 약세 유도와는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입을 추세 전환이 아닌 시간 벌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뉴욕지점의 요코타 유야 수석 부사장은 이번 개입을 두고 "중동 혼란이 수습될 때까지 시간을 번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미국 바노크번 캐피털 마켓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 전략가도 "투기 세력이 다시 엔저 거래에 나서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개입 이후 환율은 하락폭을 일부 반납하며 156엔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미무라 재무관은 1일 기자들에게 "연휴는 아직 초반"이라며 투기적 움직임에 대한 경계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2024년 골든위크 중 개입의 학습 효과를 거론하는 분석도 나온다. 미쓰비시UFJ은행의 가와카미 테루마사 애널리스트는 "당시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만큼 연휴 중에는 심리적으로 엔화 매도를 걸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시장 전망이 엇갈린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이코노미스트는 "개입이 반복될 경우 140엔대까지 하락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엔화 매도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4년 7월 직전 투기 세력의 엔 매도 포지션은 18만 계약까지 부풀어 올랐다. 이번 개입 직전(9만 4460계약)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동 정세가 풀리지 않고 원유 가격이 한 단계 더 오를 경우 다시 엔저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개입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 판단은 빗나갔다. 정책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인다던 어제까지의 인식도 다시 짚어볼 대목이 됐다. 남은 문제는 이번 개입이 추세 전환의 신호인지, 일시적 충격에 그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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