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의 심리렌즈] '나는 솔로' 31기 정희는 왜 영식을 잃은 사람처럼 울었을까?

  • 질투·눈물·불안 애착…31기 정희의 행동 패턴으로 본 심리

사진SBS Plus·ENA 나는 SOLO
[사진=SBS Plus·ENA '나는 SOLO']

▲ 본 코너는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낙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연애 예능·리얼리티에 드러난 장면과 선택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심리와 관계 구조를 해석합니다.

'나는 솔로' 31기 정희의 눈물은 질투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질투는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온 감정은 불안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불안은 영식의 실제 행동보다, 정희가 마음속에 세워둔 희망사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2일 방송된 SBS Plus·ENA '나는 SOLO'에서 정희는 영식이 러닝을 나가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겉으로는 예측처럼 들렸지만, 실은 바람에 가까웠을 수 있다. 영식이 러닝을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다른 여성 출연자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직 연인이 아닌 관계임에도, 영식의 아침 시간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영식은 러닝을 나갔다. 정희는 "안 가실 줄 알았는데"라는 말을 뱉었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는 "좋겠네, 밥이 들어가고", "밥이 들어가서 좋겠다고" 등의 혼잣말을 쏟아냈다. 영식과 함께 러닝을 마치고 돌아온 정숙이 영식을 칭찬하는 상황에서는 돌연 눈물을 쏟았다. 당황한 여성 출연자들은 정희를 방으로 데려가 위로했다. 정희는 자신의 불편함이 주변에 전달되도록 감정을 흘린 모습이다. 

심리학에서 질투는 성격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관계가 실제 혹은 잠재적 경쟁자에 의해 위협받는다고 지각할 때 발생하는 정서·인지·행동의 복합 반응으로 설명된다. 중요한 건 위협이 실제인지 여부보다, 당사자가 그것을 위협으로 지각했느냐다.

정희의 반응도 이 틀에서 볼 수 있다. 영식과 정희는 아직 연인이 아니다. 데이트를 한 번 했고, 호감의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다. 영식에게는 다른 사람을 알아볼 자유가 있다. 정숙과 러닝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 역시 프로그램 안에서는 자연스러운 탐색 과정이다. 하지만 정희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작은 관계가 시작됐다. 그래서 영식의 러닝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 사건처럼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질투는 종종 이런 식으로 생긴다. 상대가 내 것을 빼앗아가서가 아니다. 아직 내 것이 아닌 것을 마음속에서 먼저 내 것으로 느꼈을 때 생긴다. 정희에게 영식은 아직 확정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희의 감정은 이미 영식을 자신의 관심권 안에 깊이 들여놓았다. 그 순간 영식의 다른 선택지는 자유가 아니라 위협처럼 다가온다.

 
사진SBS Plus·ENA 나는 SOLO
[사진=SBS Plus·ENA '나는 SOLO']

정숙이 영식을 좋게 말한 순간, 정희는 그것을 칭찬으로만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쟁자의 호감 표현처럼 들렸을 수 있다. 자신이 불안해하던 장면이 타인의 입을 통해 확인되는 느낌이었을지 모른다.

이런 일로 눈물을 쏟는 상황은 성인의 관계에서는 다소 과해 보일 수 있다. 서운할 수 있고, 질투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관계에서 상대의 일정과 대화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그 사실을 다시 상대에게 고백하는 건 감정 표현을 넘어 정서적 부담으로 전달될 위험이 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독일식 연애 방식이 잘 맞았어요." ('나는 솔로' 제작진 인터뷰 中)

애착 연구에서는 불안정한 애착 성향, 특히 불안 애착이 관계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질투 경험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방송 장면만으로 한 사람의 애착 유형을 단정할 순 없지만, 정희의 반응에는 관계 위협을 빠르게 감지하고 상대의 행동을 자신의 위치와 연결해 해석하는 불안 애착의 패턴이 일부 겹쳐 보인다.

그렇다면 정희의 정서 표현이 눈물로 나오게 된 배경은 뭘까.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눈물이 관계 안에서 강한 신호로 작동하는 경험을 한다. 울면 주변이 달래준다. 울면 상황이 멈춘다. 울면 내 감정이 우선적으로 다뤄진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눈물은 감정 배출을 넘어, 관계에서 자신의 불안을 알리고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계산적으로 울었다기보단, 감정이 올라왔을 때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일 수 있다. 그 감정은 주변 여성 출연자들의 위로를 불러왔고, 영식의 정서적 보살핌도 이끌어냈다.

 
사진SBS Plus·ENA 나는 SOLO
[사진=SBS Plus·ENA '나는 SOLO']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한다. 감정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감정으로 관계를 움직이려 한 것일까. 둘은 다르다. "나도 같이 뛰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어요"는 감정 표현이다. 하지만 "나 그 일로 울었어요"는 듣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심는다. 전자는 내 마음을 설명하는 말이고, 후자는 상대에게 내 감정의 책임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정희는 악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호감이 생기면 빠르게 몰입하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계의 속도는 혼자 정할 수 없다. 내가 마음속으로 상대를 특별하게 느꼈다고 해서, 상대도 곧바로 내 기대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희의 눈물은 영식을 향한 마음의 증거일 수 있다. 동시에 그 마음을 너무 빨리 확정하고 싶었던 불안의 증거일 수 있다. 질투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단 그 질투가 상대의 자유를 견디지 못하는 순간, 호감은 매력이 아니라 부담으로 바뀐다.

 
사진SBS Plus·ENA 나는 SOLO
[사진=SBS Plus·ENA '나는 S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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