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다시 칸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호프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군체의 연상호 감독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한국 영화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존재감을 회복했다.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오른 것은 2022년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식·비공식 부문을 포함해 한국 장편영화가 한 편도 초청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복귀는 상징성이 작지 않다. 창작 역량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이 성과를 산업의 회복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칸 초청은 결과일 뿐, 산업의 체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영화 산업의 기반은 구조적으로 약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OTT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극장 관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작사들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투자·유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제작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획·배급·수익 배분 구조에서 주도권이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투자 위축 역시 분명한 흐름이다. 특히 중간 규모 상업영화의 제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와 저예산 영화로 양극화되면서 산업의 ‘허리’가 약해지는 구조다. 이는 신인 감독과 배우가 성장할 기회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작비 양극화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일부 대형 프로젝트에 자본이 집중되는 반면, 다수의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 좌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양성과 실험성이 줄어들면 국제 영화제에서의 경쟁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현재 한국 영화는 ‘성과는 있으나 구조는 취약한’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다. 칸 초청이 이러한 문제를 가리는 장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해법은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중간 규모 영화에 대한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을 강화해 투자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적 설계가 중요하다.
극장 산업 회복도 병행 과제다. 관람 환경 개선과 콘텐츠 다양화 지원을 통해 극장 수요를 점진적으로 회복시키지 못하면 산업 전체의 선순환 구조는 복원되기 어렵다.
칸은 한국 영화를 다시 불렀다. 그러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이번 성과를 일회성 반등에 그칠지, 산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을지는 결국 정책과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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