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2주간 멈추며 확전 우려가 일단 진정된 가운데, 한국의 에너지 수급도 단기적으로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전 기간이 제한적인 데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해, 공급망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내 원유 1400만 배럴 대기…비축유로 ‘시간 벌기’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한 가운데 정부는 우리 유조선의 통항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에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이 총 7척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적 선사는 4척이며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협 내에 계류 중인 선박에 실린 원유 물량은 약 1400만 배럴 수준이다.
원유를 실은 선박들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와 국내로 유입될 경우 에너지 공급망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통상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국내 항만에 도착해 하역까지 약 20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기간 이후에는 공급망 불안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동산 원유 도입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국내 비축유를 활용해 시간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4월분 대체 원유로 5000만 배럴을 확보해 평시 도입량(8000만 배럴)의 약 60% 수준을 충당한 상태다. 비축유 스와프(SWAP) 등을 활용하면 단기 수급 충격은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결의에 따른 비축유 방출도 예정돼 있다. 정부는 지난달 IEA와 협의를 통해 2246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으며, 오는 6월 9일까지 할당 물량을 방출해야 한다. 방출 시점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2주 뒤 불확실성 여전…통행료·병목현상 등 변수 상존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기간이 2주에 그치는 만큼 이후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휴전 기간 동안 페르시아만에 진입한 국내 유조선이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하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 강화를 언급하면서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전안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 부과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방 압력도 우려된다.
유조선 항행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 내 에너지 수급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페르시아만에 머물던 선박들이 한꺼번에 해협을 통과하려 할 경우 병목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에 최대 6개월에서 2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당분간 수급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부터 시행 중인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민간 공영주차장 5부제 등 수요 관리 조치도 유지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차량 부제는 지난 2일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 데 따른 조치”라며 “경계 단계가 유지되는 한 관련 조치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관급으로 격상된 에너지비상대응반을 지속 운영하면서 휴전에 따른 국내 영향 점검과 에너지 절약 이행, 국제 공조 등을 병행할 계획”이라며 “페르시아만에 정박한 선박들의 정상 복귀와 에너지 시장 조정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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