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란 작전 ‘장엄한 분노’가 개시된 지 39일 만에, 양국은 14일간 무력 공격 중단과 종전 협상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고비는 넘겼다. 미국과 이란은 근 50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해 왔다. 14일 안에 호르무즈 봉쇄 해제, 이란의 핵 프로그램 통제와 대이란 경제제재 전면 해제 맞교환, 이란 체제 안전보장, 이란의 후티 반군과 하마스 등 ‘저항의 축’에 대한 지원 중단 등등에 합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종전 협상에 실패한다면 미국에 주어진 옵션은 협상을 연장하거나, 확전을 불사하거나, 체면을 차리는 선에서 전쟁 목표 달성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손을 떼는 것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 종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더라도, 전쟁이 깔끔하게 끝나기보다는 당분간 전쟁과 평화 사이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한편,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최대 관심사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모호하다. 종전 협상에서 합의가 될 때까지는 현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이란은 해협을 봉쇄하는 가운데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며, 통행 허용도 선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엔해양법 위반이다. 동 26조는 영해 통행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지 못하며(무해통항권), 다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예컨대 해적 출몰 지역 선박 호송) 예외를 허용하나 이 경우에도 모든 선박에 대해 차별 없이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란이 선박 호송이나 도선 서비스를 명분으로 통행료 부과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해결이 어려울 경우, 선사나 화주는 사업상 필요하다면 통행료를 지불해서라도 지체 없이 해협을 통과하고자 할 것이다. 문제는 현금이 제공되면 이것이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또는 미국의 독자 제재 위반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비록 가상적인 상황이나 정부와 업계는 주요국들 동향을 파악하면서 충분한 검토를 해 둘 필요가 있겠다.
4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대다수 전문가는 짧게는 2~3주, 길어봐야 수개월 이내로 상황 정리가 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모두 빗나갔다. 이란전은 더 많은 변수가 있으나, 우크라이나전처럼 장기화할 가능성은 아래와 같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첫째, 미국의 방어력이다. 방공망에 사용되는 미사일 재고가 개전 이전 4~6주분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미 상당수를 소진하였다. 날라 오는 미사일 1발당 요격 미사일 2발을 발사(shoot-shoot-look)하므로 재고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그리고 미사일은 주문 생산 체제라 단기간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 앞으로 카타르, 사우디, UAE 및 쿠웨이트의 공군기지, 바레인의 5함대 본부 등 앞으로 미군기지 보호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취약하기는 이스라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둘째, 미국 경제이다. 휘발유는 갤런당 $4을 넘어섰다. 40% 가까운 상승이다. 미국민의 일상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70년대 오일 쇼크는 미국의 트라우마이다. 73년 중동전 제1차 오일 쇼크로 배럴당 $3 수준이었던 유가는 $12로 치솟았고, 미국은 74년~7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였다. 79년 이란발 제2차 오일쇼크는 $12 수준 유가를 $35-$40으로 폭등시켰다. 미국 연준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올렸고, 세계가 0%대의 가혹한 경기 침체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3~4년이 걸렸다.
Wall Street에서는 해협 봉쇄 장기화, 이란 석유 생산 인프라 타격 등의 경우, 유가가 $150을 넘어 $200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세계적인 경제 쓰나미가 닥치면 에너지 부국 미국도 홀로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다.
셋째, 이란의 생존력이다. 이란의 전력은 육군 35만, 이슬람혁명수비대 19만 등 만만치 않다. 지금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미 전투기를 격추하기도 하였다. 약 450㎏의 농축 우라늄도 은닉해 놓았다. 드론은 비대칭 핵심 전력으로서 상대방 요격 미사일을 소진시키고 있다. 최고위층 내부 권력투쟁이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 이렇다 할 내부 균열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오랜 기간 전쟁과 국제 제재에 적응하여 생필품과 기초 공산품 등은 자체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현재와 달리 1기 때는 주변에 틸러슨 국무장관, 메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동맹을 중시하는 경륜 있는 인사가 다수 있었고 이들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하였다.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강력히 비판하였다. 옳은 말이기는 하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동북아 지정학적 생태계 그리고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미 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나 지금은 미국과 협조하여 우리 대미 외교의 숙원사업이었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작년 경주 한미 정상회담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는 미래의 자주국방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이란전을 계기로 한국이 유념해야 할 점 두 가지만 제시한다면, 첫째, 한국 원유 70%가 중동산이다. 공급 안정성을 위해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전쟁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 이어 이란전에서 증명되었듯이 항공 작전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은 드론 전력 강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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