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의 공정경제] 급팽창한 사모신용시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안전장치 구축해야

이용우 전 국회의원
[이용우 전 국회의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 공급망의 충격을 주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모신용(Private Credit)시장의 신용부실 위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보고서는 최근 시장 흐름이 2007~8년의 금융위기 국면과 비슷하고 사모신용시장의 부실이 제2의 서브프라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그 징후는 가시화되고 있다. 사모신용시장 위험은 2025년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사모신용(Private Credit) 잘못 관리되면 금융위기의 레시피(financial crisis ‘recipe’)가 될 수 있다” 고 경고한 이후 2026년 2월부터 대형 운용사의 환매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올 2월 블루아울 캐피털은 일부 개인자금 대상 사모대출 펀드에서 분기 환매를 사실상 영구 중단하고 자산 매각에 나섰다. 블랙록 또한 3월 6일 대형 사모신용 펀드에서 순자산가치 대비 약 9.3%의 환매요청이 들어오자 ‘분기 5% 한도’를 근거로 환매를 제한했다. 모건스탠리도 역시 비슷한 구조의 펀드에서 환매요청이 급증하자,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집행하는 등 잠재된 리스크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사모신용 리스크가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지는 이것이 은행의 신용평가와 연결되어 있는가에 달려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바젤Ⅲ 등 강화된 건전성 규제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사모펀드(PE)가 직접 신용을 제공하는 시장이 급성장했다. 그 규모는 2010년 5천억달러에서 지난해 기준 2조2천800억달러까지 팽창했다.
 
  전통적 은행 대출 (Commercial Banking) 사모신용펀드 (Private Credit Fund)
자금조달 불특정 다수의 예금(예금보호 대상) 기관투자가 및 고액자산가의 사모조달
규제환경 바젤 III의 엄격한 건전성/유동성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Shadow Banking)
위험평가 정형화된 신용평가와 시가평가(Mark to Market) 주관적 모델링 및 장부가평가(Mark to Model)
대출금리 시장금리 기준 상대적 저금리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된 상대적 고금리
유동성 대출채권 유동화로 일반고객 보유 만기보유 폐쇄형이 일반적이지만BDC를 통한 유동화 가능

사모신용은 사모펀드가 특정 기업에 대해 지분(Equity) 투자를 하는 동시에, 해당 사업의 운영 자금을 높은 금리로 직접 대출하는 구조를 취한다. 전통 은행이 아닌 전문 비은행 주체(주로 투자펀드·자산운용 생태계)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시장인 것이다. IMF는 이 시장이 은행 시스템 내에서는 너무 위험하거나 규모가 커서 대출받기 어려운(too risky/too large for banks) 차입자에게 장기자금을 공급하며 성장해 왔다고 분석한다.

사모신용의 리스크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차입자의 질(quality)이다. 사모신용은 본래 은행 대출이 어려운 사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상승 시 이자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둘째, 가치평가 방식(valuation)이다. 거래가 드물어 시가평가(mark-to-market)가 어렵다 보니 장부가 또는 분기 단위 사후적 모델 평가(mark-to-model)를 할 수 밖에 없어 위험이 적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셋째, 다층적인 차입 구조다. 차입 기업, 펀드 투자자, 운용사가 모두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제 위험의 크기가 훨씬 크지만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Business Development Company) 등을 통해 유동화되여 개인이나 기관에게 판매할 때 그 리스크는 더욱 증폭된다. 최근 블랙스톤이나 블랙록의 환매 제한은 시장에 중요한 ‘가격 신호’를 보냈다. 장부가에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거나 자산을 매각하려 해도 수요가 없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된 것이다. 유동성(현금화 가능성)과 평가(진짜 가치)의 균열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사모펀드의 ‘지분 투자 + 고금리 대출’ 구조가 결합되어 상업은행과 연기금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언제 어디서 리스크가 터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위험은 금리 상승과 성장 전망이 불투명할 때 극대화된다. 최근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립 열풍 속에서 사모신용은 은행권 대출 한도를 넘어선 자금 수요를 메워왔다. 투자자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수익성보다 규모를 키우는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했지만, 이제는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를 다시 묻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 자동차 산업의 태동기에 수많은 업체 중 오직 ‘빅3’만 생존했던 역사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투자에서도 반도체 등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상승, 전력공급망 확충을 위한 비용 소요 등을 볼 때 누가 살아남을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대한 투자의 신용도는 어떨지 투자자들이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앤스로픽(Anthropic)이 발표한 ‘클로드 코웍(Claude Cowork)’과 ‘클로드 코드(Claude Code)’ 같은 솔루션은 기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체의 구독 모델을 무력화하는 파괴적 혁신을 보여줬다. 문제는 2010년 이후 많은 사모신용 자금이 이들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2024년 말 기준 사모신용펀드 내 개인 투자자 비중이 2020년 5.5%에서 16.6%로 세 배 이상 급증한 상황에서, 2025년 기준 사모대출 채무불이행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9.2%를 기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장의 전체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IMF는 2023년 기준 “자산 및 약정자본 합산”으로 글로벌 2.1조 달러 수준(미국 비중 약 3/4)으로 추정하지만 업계에서는 2024년 말 3.5조 달러 수준, 2030년 4.5조 달러 정도로 전망하듯 “정확히 얼마나 큰지, 어디에 쌓였는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사모신용은 금융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비은행금융기관(NBFI)의 글로벌 그림자 금융(NBFI) 자산 규모는 약 238.8조 달러로, 전체 글로벌 금융 자산의 49.1%에 육박한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자금의 절반 이상을 사모신용이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은, 장부 밖으로 숨겨진 레버리지가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음을 경고한다.

BDC는 실재 가치와 명목상 가치의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중첩된 레버리지 구조 탓에 금융안정을 위한 제도권 규제가 적용되기 어렵다. 피치는 비은행금융기관 익스포저 가치평가 부실·집중 위험과 결합하면, 개별 은행을 넘어 은행권 전반의 수익성과 시장 심리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1997년 IMF외환위기의 교훈을 상기시킨다. 외환위기의 핵심원인은 “대출자금(자산) 부실화”였고, 그 자산이 시가평가되지 않고 위험이 가려져 있다가 유동성 위기로 일시에 폭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펀드 형태로 판매된 국내 사모대출은 2023년 11.8조원에서 17조원 규모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증권사와 보험사 등이 자체 자금을 활용해 투자한 규모를 제외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1조5000억원)과 보험사 투자까지 포함하면 금융사 투자 규모는 2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도 각각 10조8966억원(2025년), 6조4800억원(2024년)의 ‘조 단위’ 투자를 했다. 이를 더하면 전체 투자 규모가 38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그 판매액과 리스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그 파장을 예상할 수 없어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도 2023년 BDC 도입이 논의되었지만 높은 레버리지비율, 판매사와 운용사의 이해상충 및 객관적 가치평가 체계 미흡 등의 문제가 지적되어 보류된 적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성장금융으로 전환을 정책 목표로 삼으면서 지적된 문제점을 일부 보완하여 2025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였다. 이에 따라 BDC가 성장금융 활성화의 수단이 되고, 국민성장펀드 운용에도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를 유동화하여 전이시키는 BDC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형 BDC 도입 과정에서 리스크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성장펀드가 BDC를 적극 활용하여 일반 국민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유인할 때 BDC가 갖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형 BDC와 성장금융(국민성장펀드, AI·인프라 투자 등)은 본질적으로 “리스크가 있으니 하지 말자”가 아니라 “리스크의 정도를 알고 감내 가능하게 설계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 (1) 더 적극적인 감독·모니터링, (2) 레버리지·연결성·집중도 관리, (3) 보고·데이터 표준 강화를 통한 객관적 가치평가, (4) 이해상충과 내부통제의 강화, (5) 특히 리테일 대상 펀드의 유동성·불완전판매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성장금융의 성패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 ‘리스크를 측정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사모신용은 거래 가격이 없어 장부가 평가가 불가피한 만큼, 더욱 철저한 공시와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 IMF 위기의 교훈은 ‘알 수 없는 리스크의 누적’이 파국을 불렀다는 점이다. 금융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전제는 리스크의 크기를 측정하고, 대응 가능한 안전장치를 함께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 박사 ▷제21대 국회의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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