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미식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초밥집 ‘김수사’ 전경[사진=신세계백화점]
주말 오후 서울 도심의 한 백화점. 회전문이 쉴 새 없이 돌고 고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1층 명품관 앞은 의외로 한산하다.
반면 지하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달콤한 버터 향과 고소한 커피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곳. 바야흐로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전성시대’다.
과거 쇼핑하다 허기를 달래던 ‘부대시설’이라는 꼬리표는 뗀 지 오래다. 이제 백화점 식품관은 그 자체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공간이자, 백화점의 자존심을 건 ‘주연’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의 뼈대는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한 끼 식사나 디저트만큼은 최고급으로 즐기려는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이나 수십만원짜리 의류를 사는 데는 지갑을 굳게 닫지만, 1만~2만원대 프리미엄 디저트나 한 끼 식사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불황형 소비’의 진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해 백화점의 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3.5% 늘었다.
반면 전통적인 백화점의 간판이자 주력 매출원이었던 의류 부문은 체면을 구겼다. 여성 정장이 1.2% 증가하는 데 그쳤고, 남성 의류는 오히려 1.8% 뒷걸음질 쳤다.
특히 올해 1월 식품 부문의 매출 신장률은 18.8%까지 치솟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미식 경험을 과시하고 공유하는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 세대)의 특성이 더해지면서 백화점 식품관은 ‘문화 소비 공간’으로 격상됐다.
신세계·롯데·현대 3색 ‘미식 전쟁’
이런 성장 흐름에 맞춰 백화점 업계는 단순한 브랜드 입점을 넘어 희소성 있는 디저트와 스타 셰프 유치전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미식 성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신세계백화점은 명확한 테마와 콘셉트를 살린 특화 공간으로 신세계만의 진용을 갖췄다.
2년에 걸친 리뉴얼로 60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식품관을 완성한 강남점은 디저트 성지 ‘스위트 파크’, 하이엔드 다이닝 ‘하우스 오브 신세계’, 전 세계 맛집을 모은 ‘델리존’, 초개인화 프리미엄 마켓 ‘신세계 마켓’을 선보였다.
특히 프리미엄 레스토랑과 델리를 결합한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오픈 1년 만에 매출이 141% 증가하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협업하고 있는 스타 셰프는 총 11명에 이른다.
‘칼마카세’라는 활동명으로 출연한 신현도 셰프의 히든 다이닝 ‘모노로그’, 중식 대가 여경래 셰프의 ‘구오만두’, 김도윤 셰프의 ‘서연’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오는 2027년까지 대구 신세계의 식음료(F&B) 공간을 대폭 확대해 식품관을 미식 공간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11층 부티크 호시카이.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미식을 담은 프리미엄 다이닝을 연이어 선보이며 서울 미식 트렌드의 거점으로 부상했다.
‘서령’, ‘신라제면’, ‘이타마에스시’, ‘라콘차’, ‘르뵈프’ 등 유통업계 최초 입점 브랜드를 포함해 지난해에만 총 17개의 신규 다이닝 매장을 선보였다.
특히 ‘부티크 호시카이’, ‘콘피에르 셀렉션’ 등 파인다이닝 1호점을 잇달아 유치했으며, 일본 정통 사누끼 우동 전문점 ‘마루가메우동’의 국내 1호점 역시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롯데백화점은 최초 입점 다이닝 브랜드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나가사키 지역의 프리미엄 돈카츠 브랜드 ‘분지로’를 본점에 최초 오픈한 데 이어 롯데월드몰에 추가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부산 유명 해물장 전문점 ‘미포집’도 연이어 선보이며 고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식품관 델리 코너에 전용 공간을 마련해 매월 화제성 높은 이슈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유치 중이다.
판교점은 ‘유리월’을 콘셉트로 한 팝업 전용 공간을 운영하며, 현재 ‘가미쿠라 와라비모찌’, ‘테쿠루’ 등의 F&B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오피스 상권인 무역센터점의 경우 픽베이크, 피에르에르메 파리 등 국내외 유명 디저트 맛집 팝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압구정본점에는 프리미엄 다이닝 공간인 ‘가스트로 테이블’을 론칭해 최정상급 셰프 8인과 협업한 전용 메뉴를 출시했다.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파격적인 공간 실험도 눈길을 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6월 지하 1층 식품관 정중앙에 약 100㎡(30평) 규모의 ‘키즈&패밀리’ 공간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식품관은 더 이상 쇼핑을 보조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며 “희소성 있는 맛집과 체험 요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점포 경쟁력 자체가 좌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 피에르 에르메 팝업스토어 [사진=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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