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에이전트(Agent) AI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송용호 센터장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전 과정을 연결하는 에이전트 AI 전환을 선언했다. 공정 간 단절을 해소하는 통합 최적화를 핵심으로, 삼성과 엔비디아의 협력도 메모리 공급을 넘어 설계·제조 혁신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부각됐다.
송 센터장은 먼저 반도체 제조의 구조적 난제를 짚었다. "제조 공정에서는 품질과 수율을 보장하기 위해 1000개 이상의 공정을 정밀하게 조율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공정을 하나씩 따로 해결했지만 실제 문제는 공정 간 경계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원인 분석과 전체 최적화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개별 공정의 고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발언이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공정 간 연결이다. 송 센터장은 "문제 해결을 자동화하고 공정 간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에이전트 AI"라며 "진정한 엔드투엔드 최적화를 위해서는 공정 간 지식을 연결하는 통합 지능과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에이전트 기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설계, 레이아웃, 제조 등 각 영역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배치하고 이를 상위 시스템이 조율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그는 "각 에이전트는 삼성 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내부 시스템뿐 아니라 외부 생태계와도 통합돼 있다"고 말했다.
설계 영역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도 제시됐다. 송 센터장은 "AI 설계 적용 결과 설계 시간은 50% 단축됐고 성능은 13% 향상됐다"며 "DRC 오류를 사전에 예측해 설계 수정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회로 설계 에이전트, 레이아웃 설계 에이전트, 제조 에이전트를 연결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며 "반복 설계를 줄이고 추가적인 성능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 영역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전면에 드러났다. 송 센터장은 "삼성은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을 통해 반도체 공장을 가상 환경으로 구현했다"며 "실시간 공정 모니터링과 시뮬레이션 기반 최적화, 위험 예측과 사전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엔비디아 등과의 깊은 협력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복구 시간이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되고 다운타임이 줄어들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그는 제조 혁신의 방향성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AI를 제조 시스템에 적용해 실시간으로 문제 원인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조치를 실행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장비 이상 대응과 수율 저하 원인 분석까지 AI가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율이동로봇(AMR)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결합되면서 장비 점검과 부품 공급, 이상 대응까지 자동화하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발표 후반부에서는 삼성의 구조적 강점이 언급됐다. 송 센터장은 "삼성은 메모리, 로직, 패키징을 모두 수행하는 기업"이라며 "전체 스택 최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과 엔비디아의 협력 수준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메모리를 공급하는 관계를 넘어 설계와 제조를 함께 최적화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이런 파트너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될수록 전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의 풀스택 구조가 다시 부각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이번 GTC를 기점으로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AI가 설계, 공정, 제조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삼성과 엔비디아가 파트너십을 통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의 관계가 단순 공급을 넘어 공동 설계·제조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송 센터장은 "이번 행사는 엔비다와 삼성전자의 협력이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에이전틱 AI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중심으로 반도체 엔지니어링 혁신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베라 루빈, 베라 루빈 울트라, 파인만 등 고객사의 차세대 AI 시스템 구현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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