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뒤엔 '오픈이노베이션'… 제약 협력 모델 자리잡아

렉라자 제품 이미지 사진유한양행
렉라자 제품 이미지 [사진=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신약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요구되는 산업 특성상 외부 기술과 협력을 통한 개발 방식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와 바이오텍 간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고 상업화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사는 외부 기술 도입으로 연구 부담을 낮추고, 바이오벤처는 자금과 임상 개발 역량을 지원받는 방식이다.

대표적 사례는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다.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로, 오스코텍이 개발해 2015년 전임상 단계에서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임상1상 진행 중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개발·상업화 권리는 얀센이 맡고, 국내 권리는 유한양행이 보유하는 구조다. 현재 유한양행의 33개 파이프라인 중 17개가 외부 도입 물질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바이오벤처가 초기 기술을 개발하고 전통 제약사가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글로벌 제약사로 이전하는 방식은 전문성과 분업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 도입을 넘어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통 제약사가 유망 바이오텍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성장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최근 신약개발 바이오텍 지놈앤컴퍼니가 발행한 27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가운데 10억원을 인수하는 등 2020년 이후 지분 투자와 추가 매수를 통해 지놈앤컴퍼니에 약 35억원을 투자해 왔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피부과·비뇨기과 처방약 제조와 영업에 강점이 있지만, 항체약물접합체(ADC)는 기술적 난이도와 개발 리스크가 높은 분야다. 지놈앤컴퍼니가 주력하는 ADC 중심 신약개발에 힘을 보태며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공동 개발 역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ADC 설계 전문 기업으로, 두 가지 표적을 동시 겨냥하는 이중항체 AD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GC녹십자는 카나프테라퓨틱스에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70억원을 투자했으며, 양사는 이중항체 ADC 'KNP-70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2023년 12억원을 출자해 ADC 플랫폼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독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에이비엘바이오, 컴퍼스테라퓨틱스와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를 공동 개발 중이다. 2027년 한독의 자체 신약으로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 담도암은 환자 수가 적고 치료제가 거의 없는 희귀암으로, 한독은 과거 도입 의약품 위주에서 자체 신약 보유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노린다. 한독은 토베시미그를 최초 개발한 에이비엘바이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한국 내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면 규모 부분에서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자원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선별해 협력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적은 자본으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생존 방법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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