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자의 정치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 검찰 개혁,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맡겨라

  • 정치권과 법조계는 자중하라 ― 균형과 형평을 존중하는 정성호 장관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은 더 이상 낯선 화두가 아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검찰 권한과 수사 구조, 공소권 행사 문제는 정치와 사회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검찰 권력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의 안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충돌해 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다. 개혁의 명분이 아니라 개혁의 방법이 문제다.
 

최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루어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퇴근길 도어스테핑은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장관은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해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동시에 그는 장관으로서 특정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를 지휘할 의도도 없고 생각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공소취소는 법률상 검사의 판단 영역이며, 장관이 특정 사건을 두고 “하라, 하지 말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발언은 단순한 해명이 아니라 형사사법 체계의 기본 원리를 확인한 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형사 절차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상식적 선언이기도 하다.

브리핑하는 정성호 법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브리핑하는 정성호 법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검찰개혁 논쟁은 오랫동안 감정 정치의 영역으로 끌려들어 왔다. 검찰권 행사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정치 세력은 검찰 권한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키는 방향을 개혁의 핵심으로 제시해 왔다. 반대로 일부 법조계는 검찰 조직의 기존 구조를 방어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제도개혁은 분노의 정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설계의 문제이며 균형의 문제다.


최근 한 법조인이 지적했듯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몇 가지 착각이 존재한다.


첫째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에 대한 맹신이다. 검사 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사가 수사 과정과 완전히 단절된 구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검사는 기소기관이지만 동시에 기소를 위한 수사의 책임을 지는 기관이기도 하다.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제도는 가능하지만, 수사권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은 국제적으로도 예외적인 구조다.


둘째는 개인적 경험이 제도 개혁의 기준이 되는 상황이다. 정치인의 수사 경험이 정책 판단을 좌우하는 순간, 제도 설계는 감정의 영역으로 떨어진다.


셋째는 검사 집단 전체를 악마화하는 사회 분위기다. 권한 남용을 비판하는 것과 직역 전체를 불신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형사사법 시스템은 최소한의 제도적 신뢰 위에서만 작동한다.


넷째는 법률만 바꾸면 현실이 바뀐다는 환상이다. 한 세기 가까이 축적된 형사사법 시스템이 몇 개의 법 조항 수정으로 완전히 재설계될 것이라는 믿음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다섯째는 개혁 비용을 국민이 부담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태도다. 수사 구조가 급격히 바뀌면 수사 공백과 사건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결국 일반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성호 장관의 태도는 비교적 신중하고 균형적이다. 그는 취임 이후 검찰 간부와 평검사를 두루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검사는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가 부실해 국민이 불안해지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접근은 국제적 기준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연방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함께 담당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독일 역시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찰은 검사의 지휘 아래 사건을 진행한다. 일본 또한 검찰이 직접수사 기능을 일부 유지하면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컨대 선진국의 형사사법 제도는 권한의 완전한 분리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위에서 작동한다. 검찰 권한을 무조건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개혁이 아니라,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동양의 고전 역시 같은 교훈을 전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했다. 지나친 뒤집기와 간섭은 오히려 전체를 망가뜨린다는 뜻이다. 공자의 『중용』은 더 직접적이다. “지나침도 모자람도 같지 않다(過猶不及).” 개혁이든 보수든 극단은 결국 균형을 무너뜨린다.


오늘 한국의 검찰개혁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중용의 정신이다. 개혁을 외치는 쪽은 속도를 강조하고, 반대하는 쪽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은 어느 한쪽의 구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안전과 인권, 그리고 법치의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정성호 장관이 강조한 “국민 인권 보호와 범죄로부터의 안전”이라는 기준은 바로 그 균형점을 가리킨다. 중수청이든 공소청이든 제도의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 보호와 형사사법의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지금 정치권과 법조계가 해야 할 일은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아니다. 정치권은 검찰을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고, 법조계 역시 조직 방어에만 매달리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검찰개혁은 특정 진영의 승패를 가르는 정치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재설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분노에 기초한 개혁은 오래가지 못한다. 구호로 이루어진 개혁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결국 남는 것은 균형 잡힌 설계와 차분한 실행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깊은 숙고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정치의 소음이 아니라 행정의 책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개혁은 정치의 전쟁터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공사 현장이다. 이 공사를 맡은 사람은 법무부 장관이다.


이제 정치권과 법조계는 잠시 물러설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맡겨도 늦지 않다.
그는 법조인이지만 동시에 오랜 의정활동을 통해 기본과 원칙, 그리고 상식을 강조해 온 정치인이다.
법 위에 존재하는 인류의 보편적 도덕률과 상식을 중시하는 태도야말로 지금의 검찰개혁 논쟁에 필요한 균형 감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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