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미국의 싱크 탱크나 전문가들이 정황적인 퍼즐을 맞춰가면서 그의 결정 배경과 원인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이란 침공의 파장을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트럼프의 속셈에서부터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는 관세 전쟁, 미·중관계,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한·미관계, 북·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해진다. 최선의 해답은 결과론적인 분석을 통해 향후 전개 방향을 점지하는 수법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
우선 관세 전쟁은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에도 지속될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부과를 불법으로 판결했다. 이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선 외국의 마약 유입이나 미국의 무역적자가 IEEPA, 그리고 이의 근거가 되는 국가비상법(NEA)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점이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도구는 많다. 가령,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무역법 122조, 산업 보호 목적을 위한 무역확장법 232조, 불공정 무역에 대한 1974년 무역법 제301조, 해외 수입 급증에 대응하는 무역법 제201조, 타국의 차별적 무역행위 대응을 위한 관세법 제338조 등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쓸 수 있는 법적 도구는 아직 많다.
둘째, 이란 침공으로 중동 불안 요인을 제거하려는 속셈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공조 의지와 이란 국민의 반정부 시위를 통해 미국의 지지 세력이 이란 국내에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 또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란 하메네이 정권의 퇴진은 최근 중동 지역에서의 무력 행위를 일삼는 하마스, 후티, 헤즈볼라 등의 반군 세력을 소멸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작용했을 수 있다. 이란이 이들을 재정적으로,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대표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그러할 것이 미국의 기대 효과가 유럽 나토 회원국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란 침공의 ‘낙수효과’도 그의 속셈에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령, 지난 3월 2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나토의 방위력, 국방력 향상을 위한 핵무기 확충과 유럽에 대한 핵우산 확대를 알렸다. 미국이 원하는 바다. 미국은 트럼프 1기 때부터 나토가 스스로 방어 능력을 향상할 것을 줄곧 주문했다. 이번 이란 침공은 나토에 경종을 울렸다. 미국의 숙원사업에 나토 회원국이 반응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의 실마리가 된다. 나토 및 회원국의 국방력 강화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이들의 부담을 확보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적 계산과 일치한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을 정리하면 트럼프는 그의 네 번째 속셈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장기적으로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2024년 뮌헨안보대화에서 당시 JD 밴스 부통령 지명자가 강조했듯 미국이 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은 40년이다. 일이십년에 끝날 일이 아니다. 따라서 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 성공의 필수 전제 조건이다.
오는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다섯 번째 속셈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가 승리를 조심스럽게 자신하는 이유는 미국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트럼프가 작년 한 해 동안 약속받은 외국과 미국 기업의 투자 금액은 8조4000억 달러다. 올해부터는 이의 실질적인 집행을 일궈내는 것이 목표다. 현실적으로 약속 금액의 10%(약 8400억 달러) 또는 1조 달러만 유치하더라도 미국 경제에 대한 낙수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의 종결로 미국 경제가 비상(飛上)할 수도 있겠다. 세계 식량, 원자재, 에너지 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그의 전략적 속셈이 일부만 실현되어도 중간선거에서 대패를 모면하고 승리도 기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패하더라도 현재 미 의회의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이 초당적이기 때문에 중국 견제 정책은 견지될 수 있다. 중간선거가 이런 의미에서 그에게는 아마도 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만에 대한 그의 전략적 속셈은 함구하는 것이다. 그의 2기 취임 이후 그의 입에서 대만이 거론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그의 1기와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대만 문제에 상당히 민감하게 대처했었다. 결정적인 이유가 대만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악관, CIA, 국방부 등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2027년 대만 침공 가능성 시나리오를 설파하면서 미 의회에 경종을 울리려 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대만 방어력 증강과 인태전략 수행을 위한 예산을 2023, 2024, 2025년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2023년 국방수권법(NDAA)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대만에 대해 연간 20억 달러씩, 최대 100억 달러의 군사 원조 기금을 승인했다. 이와 별도로 연간 최대 20억 달러의 대출도 허용했다. 또한 대만을 위한 '지역 예비 비축분'을 신설하여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국방 물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 NDAA는 8950억 달러 규모의 대만 지원금이 배정됐다. 또한 2023년 12월 미 의회는 최대 3억 달러 규모의 군수 물자와 훈련을 제공하는 것도 승인했다.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대만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최대 3억 달러 지원을 보장했다. 대통령 권한인 '대통령 인출권(PDA)'으로 총 15억 달러의 미 국방부(DOD) 비축 물자 제공도 가능해졌다.
인태전략에 관한 지원 예산도 2023년 NDAA에서부터 확보됐다. 역내 미국의 방어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태평양 억제 이니셔티브(PDI)' 명목으로 115억 달러가 승인됐다. 2024 국방수권법은 PDI에 약 147억 달러가 추가 배정됐다. 이듬해 국방수권법은 PDI에 약 99억을 또 배정했다. 괌에 군사 시설 건설을 위해 125억 달러 예산이 신설되었고, 인태지역 내의 일반 군사 시설의 확충을 위한 175억 달러도 승인됐다. 인태지역에 함정, 항공기 및 탄약 조달을 위해 250억 달러의 예산도 책정됐다.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인상도 트럼프 2기의 입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동맹의 국방비 예산 인상에 대한 압박이 이를 대신했다. 그의 전략적 영악함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들의 국방비 증액은 더 많은 미국산 무기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 같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또한 그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대신 투자 약속의 이행을 선택했다. 당연한 결과다. 후자의 액수가 더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1기 때 이미 분담금 인상 목표를 달성했다. 그런데 투자를 약속받은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추가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그의 셈법에 맞지 않는다. 동맹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전략적 속셈에 북한 문제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오는 3월 말 또는 4월로 예정된 트럼프의 방중 때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하는 기류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이는 거의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다. 우선 트럼프는 2019년 하노이 회담의 수모를 두 번 다시 겪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이란 핵 협상에서도 드러났듯, 미국은 완전한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요구한다. 북한도 수용할 리 만무하다. 북한도 협상에 나오기 힘들 것이다. 협상 중에 미국이 이란을 침공한 사례가 북한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서 교집합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실 없는 회담에 서로 응할 필요가 없다. 북한과의 대화는 우크라이나의 종전만으로 가능할 것이다. 종전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방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그리고 중국의 고립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북한은 자신만의 생존 전략에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이다.
한·미관계에서 트럼프가 중요시하는 안건은 세 가지다. 작년 8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것은 드러났다. 지난 1월 우리 총리의 방미 당시 이는 다시 확인됐다. 대미 투자의 조속한 이행, 종교 문제와 미국 기업에 대한 불평등, 불공정한 대우 등이다. 특히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대우는 무역법 201조와 301조, 관세법 338조 등의 적용을 유발할 수 있다. 종교 문제가 인권 문제로 규정되면 슈퍼 301조의 적용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 상황에 대한 미국의 부지(不知)에서 비롯된 오해가 일정 부분 있는 사안들이다. 우리가 억울할 수밖에 없고 충분히 공분할 수 있다. 관건은 이를 지혜롭게 접근하고 설득하는 과제를 슬기롭게 수행하는 용기와 대담함이겠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웨슬리언대 정치학 학사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석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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