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컬럼] K-방산, '퀀텀점프'의 문턱에 서다— 전장에서 증명된 기술, 이제 산업 전략이 답할 차례다

  • - 아주경제 국방방산포럼이 제시한 과제

전쟁은 냉정하다.
무기의 가치는 설명서가 아니라 전장에서 드러난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이란 충돌 속에서 한국 방산 산업에 상징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실제로 요격하며 실전 능력을 입증했다는 소식이다. 해외에 수출된 한국 방공 시스템이 실제 전장에서 운용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군사 뉴스가 아니다. 한국 방산 산업이 어느 단계까지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다. 한때 소총 한 자루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방산 국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훈련용 전투기 T-50i 2대를 인도네시아로 성공적으로 운송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CJ대한통운이 인도네시아 주안다 공항에서 T-50i의 수직꼬리날개를 무진동차량에 적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CJ대한통운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훈련용 전투기 T-50i 2대를 인도네시아로 성공적으로 운송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CJ대한통운이 인도네시아 주안다 공항에서 T-50i의 수직꼬리날개를 무진동차량에 적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방산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빠르다.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 군함, 미사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폴란드가 한국 전차와 자주포를 대규모로 도입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빠른 납기와 안정적인 생산 능력, 그리고 기술 경쟁력이 결합된 결과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제 질문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한국 방산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주경제신문이 지난해 개최한 ‘2025 국방방산포럼’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화두로 제기됐다. ‘K-방산과 퀀텀점프’를 주제로 열린 이 포럼에는 정부와 국회, 학계, 방산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한국 방산의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축사에서 의미 있는 평가를 내놓았다. “대한민국은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하던 나라에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무기체계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방산 강국이 됐다”는 말이다. 이어 정부가 세계 4대 방산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발언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국 방산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빠른 납기와 안정적인 공급 능력,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은 한국 방산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진정한 도약은 지금부터다.


방산 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기술과 산업, 외교가 동시에 작동하는 전략 산업이다. 군 장비는 한 번 도입되면 수십 년 동안 운용된다.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 기술 협력이 이어진다. 따라서 방산 수출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진다.


이 점에서 한국 방산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술 경쟁력의 지속적 강화다.
앞으로의 전쟁은 단순한 화력 경쟁이 아니라 기술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 드론, 무인체계, 사이버전 기술이 전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 인공지능 연구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산 연구개발(R&D)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둘째는 산업 생태계의 강화다.
방산 산업은 완제품 기업 몇 곳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방위사업청 역시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망을 강화하고 국방 첨단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방산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장기 전략의 정교화다.
단순히 수출 규모만 늘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글로벌 협력 구조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기존 방위산업 기본계획의 보완과 업그레이드를 제안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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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트북LM]


세계 방산 시장은 지금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무기 체계의 신뢰도와 공급 능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각국은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 방산은 분명한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국가에게만 현실이 된다.


한국 방산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연구개발과 산업 기반, 그리고 군의 운용 경험이 함께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무기를 수입하던 나라에서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이제 다음 질문은 분명하다.

한국 방산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기술과 산업 전략, 그리고 국가적 의지에 달려 있다.


무기는 전시장에서 팔리지만 전장에서 이름을 얻는다.
그리고 산업은 그 이름 위에서 성장한다.


중동의 하늘에서 확인된 한국 방공 시스템의 실전 성과는 K-방산이 새로운 문턱에 올라섰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한 산업 전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K-방산의 ‘퀀텀점프’는 이미 시작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도약의 높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술과 전략, 그리고 국가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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