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CIA '국가정보국' 법안 전모 드러나… 다카이치, 정보 사령탑 구축 '속도전'

  • 3일 '국가정보회의 설치법안' 확정, 각 성청 정보 집약할 '종합조정권' 명문화

  • 내주 각의 결정 거쳐 올여름 출범 목표, 자민당의 강력한 '방첩·인재 육성' 제언 반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FP·연합뉴스]



일본 다카이치 내각이 전후 일본의 정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국가정보국’ 창설의 법적 토대를 완성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3일 인텔리전스(정보 수집·분석)의 사령탑이 될 ‘국가정보회의’와 그 실무를 담당할 ‘국가정보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설치법안의 전모를 확정했다. 정부는 내주 중 법안을 각의 결정하고 이번 국회에 제출해 오는 7월 공식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확정된 정부 법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국가정보회의는 총리가 의장을 맡고 관방장관, 외상, 방위상 등 핵심 각료 9명으로 구성된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된다. 특히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이 법안에 국가정보국이 외무성, 방위성, 경찰청 등 각 성·청의 정보를 일원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종합조정권’을 명문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의 정보 수집은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파편화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이번 법안은 각 부처가 국가정보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함은 물론, 직접 관저에 출석해 정보를 설명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기밀 유출 방지에만 국한됐던 기존 내각법의 한계를 넘어, 정책 판단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 집약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정보국장은 차관급보다 높은 정무관급으로 신설되어 외교·안보 정책 기획을 맡는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과 동격의 위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정부의 확정안은 지난달 26일 자민당 인텔리전스 전략본부(본부장 고바야시 다카유키 자민당 정조회장)가 정부에 전달한 강력한 ‘제언’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단순히 조직만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실질적인 운용 권한과 기술적 인프라 구축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자민당은 이번 제언에서 각 성·청이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전자 공통 플랫폼’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으며, 특정 성·청이 국가정보국의 인사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능력 본위’의 인사 시스템과 부처 횡단적 인재 육성책을 법안에 녹여낼 것을 촉구했다.

특히 자민당은 이번 정부 법안을 넘어서는 차세대 방첩 강화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외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 일본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 및 법인의 ‘등록 의무화’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통신과 전자 신호를 분석하는 ‘시긴트(SIGINT)’ 능력 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해외 인적 정보(HUMINT)를 전담할 ‘대외정보청’ 신설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러한 자민당의 제언을 적극 수용하며 대외 정보 수집 및 방첩 기능 강화가 “국가적 최우선 과제”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강력한 정보 권한 집중을 둘러싼 정치적 진통도 예고되어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번 인텔리전스 강화 정책을 “국론을 양분하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여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한 사안임을 인정하면서도, 총리로서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야당 측이 정보기관의 비대화가 ‘상호 감시 사회’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자민당 내에서도 독립된 감찰관이나 초당파 의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올여름 국가정보국 출범을 통해 정보 주권을 확립하는 한편, 인권 침해 우려와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이라는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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