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가운데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먹구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제사회와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 최고 중동 전문가 중 한 명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겸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3일 본지와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이번 전쟁의 본질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라며 이스라엘의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려는 네타냐후 총리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우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메네이 제거라는 극단적 카드를 사용한 배경에 이스라엘의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작년 6월(12일 전쟁 당시) 이란 탄도 미사일로 본토가 타격당하면서 패닉에 빠졌다"며 "지금 이스라엘은 핵 문제가 아니라 탄도미사일이 실존적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핵 시설보다도 먼저 탄도미사일 시설을 공습했고 동시에 하메네이 수뇌부 제거를 통해 정권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하메네이 사후 정권 교체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메네이에 대해 "단순한 독재자로 볼 것이 아니라 시아파 3억명의 영적 지도자"라며 "47년 철권 통치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지만 동시에 외세에 의해 지도자와 가족이 몰살당하면서 미국에 대한 분노도 크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이란은 헌법에 따라 과도 체제가 합법적으로 작동 중이며 이미 차기 최고지도자가 내정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군사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 민생 해결을 위해 미국과 제한적 협상에 나서며 경제 제재를 풀어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1979년 이란 혁명 전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란 내부 여론은 매우 싸늘하다"며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이란의 주요 지원국인 중국과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 '일대일로' 전략의 핵심 거점이 이란"이라며 "중국이 어떤 경우에라도 이란을 포기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그것이 이란이 생명선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관건"이라고 평했다.
한편 현재 이란 사태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한국 경제의 타격 가능성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60% 이상이 통과하는 곳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국내 산업과 경제 타격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고 전쟁이 지속되면 가장 심한 직격탄을 맞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라며 "미국이 이란을 관리하는 전략과 한국이 이란을 관리하는 전략은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란은 세계 제4위 원유 생산국, 세계 제2위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1억명 가까운 인구가 있는 잠재력이 엄청난 국가라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 정부가 중동 평화와 분쟁 조정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란은 지금 한류가 최고조에 도달해 있고 모든 이란 국민들이 코리아 브랜드와 한국을 지금 선호하고 있다. 우리는 또 한·미 동맹의 조건도 가지고 있다"며 "양쪽 모두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음에도 오만이나 카타르, 튀르키예처럼 우리가 중재에 나선 적이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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