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에서 전쟁과 석유의 관계는 오래된 이야기다. 현대 산업경제에서 석유는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라 경제를 움직이는 혈액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석유 공급이 흔들리면 산업 생산과 물류, 금융시장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1973년 중동전쟁은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서방 국가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를 단행하자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네 배 가까이 상승했다. 세계 경제는 곧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복합 위기를 겪었다. 경제성장은 둔화됐고 물가는 급등했다.
이 사건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중동에서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인가.”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이동한다. 이곳의 긴장은 곧 세계 경제의 긴장이 된다.
유가가 상승하면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류비와 생산비가 상승하고 기업의 비용 구조가 흔들린다. 결국 소비자 물가가 올라가고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유가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이 아니라 물가와 금리, 환율,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움직이는 핵심 변수다.
한국 경제는 특히 이 변수에 민감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에너지 수입 국가다.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공급된다.
따라서 중동 정세의 긴장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경제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의 대응 능력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 전략 비축유 제도가 마련됐고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도 진행됐다. LNG와 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 국제 유가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외부 변수 가운데 하나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늘 같은 순서를 따른다.
총성이 울리면 유가가 움직이고, 유가가 움직이면 경제가 흔들린다.
그래서 세계 경제는 언제나 중동을 바라본다.
전쟁의 경제학은 결국 유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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