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모두 "12·3 비상계엄=내란"…항소심 국면으로

  • 국회 봉쇄·정치인 체포 시도, '국헌문란 목적' 인정

  • 윤석열 무기징역…다음 달부터 2심 본격화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한 주요 인물들을 심리한 1심 재판부들이 모두 비상계엄을 내란 행위로 인정했다. 서로 다른 재판부가 동일한 법적 판단을 내리면서 사법부가 비상계엄 사태를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한 중대한 범죄로 규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자체가 곧바로 내란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 권한이나 행정·사법 기능을 침해할 목적으로 선포된 경우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과 예산 삭감 등으로 국가 위기 상황이 초래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행위의 동기나 명분을 목적과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려 한 행위는 계엄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헌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명분과 행위의 위법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군대를 동원해 국회 활동을 저지하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 한 점을 들어 국헌문란 목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국회를 상당 기간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의도를 공유했다고 판단하고, 윤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책임을, 김 전 장관 등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책임을 각각 인정했다.

한덕수 전 총리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역시 비상계엄 선포와 군·경 동원을 통한 국회 점거 행위를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재판부는 이번 사태를 '12·3 내란'으로 규정하며 권력 내부에서 발생한 "친위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주도한 내란은 이른바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며 그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 전 총리가 내란이 성공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가담했다고 보면서 중형 선고의 근거로 삼았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회와 야당 당사를 물리적으로 봉쇄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려 한 시도가 헌법상 민주적 기본 질서를 무력화하려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다수의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를 점거하고 출입을 통제하려 한 점은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국헌문란 목적 아래 이뤄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사회 질서를 크게 해칠 정도의 위력을 가진 폭동에 해당한다며 내란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세 재판부의 판단은 형법 제87조가 규정한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요소가 모두 인정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비상계엄이라는 국가 권력의 행사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제 목적이 헌정기관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데 있었다면 내란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사법부의 공통된 해석이 확인된 셈이다.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한 핵심 인물들의 1심 판결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사건의 법적 공방은 항소심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항소심은 이달 23일부터 운영되는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사건과 한 전 총리 사건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20부에 임시 배당된 상태이며 조만간 전담재판부로 재배당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한 전 총리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이상민 전 장관도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선고된 내란 우두머리 사건 역시 항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판결에 불복하며 끝까지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외에도 무인기 의혹, 위증, 여론조사 관련 혐의 등 여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향후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1심 판단이 나오지 않은 관련 인물들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1심 법원의 기본 판단 틀이 형성된 만큼 항소심에서도 내란 성립 여부와 책임 범위를 둘러싼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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