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음력 설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메시지의 수위와 형식이 대폭 조정되면서, 보수 색채가 강한 다카이치 내각의 대중국 외교 기조가 반영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6일 총리 관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춘제(음력 설) 축하 메시지를 통해 "춘제를 맞는 모든 분께 삼가 신년 인사를 드린다"며 "현재의 국제 정세에서 일본은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더욱 큰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새해에는 세계에 평화가 깃들고, 단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분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한 올해가 말띠 해인 것을 가리켜 "말은 민첩함과 강인한 힘을 상징한다. 특히 병오년에 해당하는 올해는 에너지와 행동력이 넘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올 한 해가 여러분께 강인한 희망이 넘치는 일 년이 되기를 바라고, 여러분에게 행복과 번영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들은 올해 다카이치 총리의 춘제 축사 분량이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비교해 30%가 줄어들었고, 전임 총리들이 관례적으로 언급하던 '일본 내 화교 및 화인(중국인) 여러분'이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에 주목했다. 또한 중국을 겨냥한 외교적 수사였던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나 '분단과 대립의 극복'이라는 문구 역시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9년 아베 신조 내각 정권 중일 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시작되었던 '춘제 기념 도쿄타워 붉은색 점등' 행사가 올해는 열리지 않은 것 또한 양국 관계 악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관측이다. 일본 보수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은 다카이치 정권이 내세우는 외국인 정책 강화나 중일 관계의 악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야기된 중일 관계 악화는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달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중일 대립의 원인이 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광언'(狂言·터무니없는 소리)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지난 15일 왕 주임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엄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고, 주일 중국대사관은 16일 일본 측 항의에 대해 "일본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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