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국익·사익의 딜레마, 그리고 '브로몽의 악몽'

광화문뷰
 

"잠수함을 주문했으면 잠수함을 주면 되지, 뭘 또 줘?"
 
캐나다가 60조원 규모의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O) 수주전에 나선 한국과 독일에 '민간 투자 패키지'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뉴스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이다. 특히 캐나다가 첨단 기술과 막대한 투자, 대규모 고용을 유발하는 자동차 제조 공장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싸늘하다.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무기 입찰에서 잠수함 자체 성능(20%)보다, 떨어질 콩고물(80%) 평가 비중이 높다는 건 사실 납득하기 어렵다. 이를 인식한 듯 주변도 "산업 인프라를 통째로 내어주는 패키지딜은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라는 의견이 다수다. 잠수함 수주전에 '타의'로 등판한 현대차그룹에도 "기업에 너무 많은 책임을 짊어지게 하지 말라"는 응원이 대부분이다.
 
현대차에 캐나다는 30년 전 '브로몽의 악몽'을 되살리는 아픈 기억이다. 한때 북미 교두보를 꿈꾸며 세웠던 퀘벡 브로몽 공장은 쏘나타 판매 부진, 부품 조달 문제, 평균 30~40%의 생산성, 반복되는 노사 분규 등으로 설립 4년 만인 1996년 조기 철수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당시 화폐기준으로 3억2000만 캐나다 달러(3500억원)의 투자를 회수하지 못하는 큰 손실을 봤다. 현대차가 기록한 최초의 현지 투자 실패 사례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 미국 엘라벨에 공장을 준공하면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했다. 공장은 한번 짓는 순간 그 땅과 운명을 나눈다. 그래서 공장을 철수하는 건 단순히 설비를 정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다. 현지 고용, 협력사, 브랜드 신뢰도 등 유·무형의 가치를 정리하는 오랜 통곡의 과정이다. 철수의 기억이 조직의 신경망 속 깊은 흉터로 남는 이유다. 그런 곳에 다시 깃발을 꽂으라는 주문은 기업에겐 숫자 이상의 부담이다. 특히 전동화의 파도가 휘몰아치는 이때, 기업의 헛발질은 수십년의 미래를 흔든다. 캐나다는 배터리와 친환경 정책에서 매력적인 카드가 많지만 동시에 북미 공급망이라는 복잡한 체스판 위에 놓여 있다. 이 판에서 기업의 '한 수'는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
 
오너의 딜레마는 국가와 기업의 언어가 다르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잠수함 수출은 동맹을 강화하는 지렛대라는 점에서, 국가는 자동차 공장으로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기업의 공식은 다르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산업의 변곡점에서 배터리,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 간의 천문학적 투자 경쟁이 한창이다. 이미 미국 남부와 멕시코를 중심으로 북미 생산 네트워크가 촘촘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캐나다에 새 공장을 짓는 순간, 기존 생산기지와의 역할 조정, 물류 비용, 노사 환경, 세제 혜택까지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공장은 곧 오너의 메시지다. '어떤 땅에 뿌리를 내릴 것이냐'는 곧 '어디에 미래를 걸겠다'는 선언이다. 관건은 조건이다. 정부가 기업에 '원팀'을 말하려면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납득할 수 있는 산업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세제 지원, 전력 단가 합의, 인프라 구축, 노동 유연성, 외교적 리스크 관리 등 총체적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장은 명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기업은 '압박에 의한 투자'가 '거래를 활용한 확장'이라는 믿음으로 바뀔 때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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