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답에 체크하셔야 공격투자형이 나옵니다. 그래야 고수익 상품에 가입하실 수 있어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 한 은행 지점. 고수익 투자상품 가입을 문의한 기자에게 직원은 이렇게 귀띔했다. 투자 성향 진단 결과가 ‘공격투자형’으로 나와야 원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처음 검사에서는 ‘위험중립형’이 나왔다. 직원의 설명대로 첫 번째 항목에 체크하자 결과는 공격투자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가입 과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상품 구조와 손실 가능성, 투자 위험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이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일이 답해야 했다. 상담이 끝났을 때는 이미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코스닥 3000 시대를 공언하면서 은행 창구의 투자상품 문의가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반가움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품 설명을 제대로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오는 12일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한 제재 수위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다른 투자상품까지 문제로 번질 경우 제재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거액을 들여 창구 녹음 설비를 설치하고, 상담 녹취를 점검할 인력까지 따로 확보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투자상품 녹취 검증 인력을 잇달아 채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퇴직 직원들에게 녹취 검증 업무를 제안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퇴직 직원을 재채용해 현재 23명의 금융소비자보호오피서(CPO)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하나은행은 소비자보호 모니터링 시스템에 녹취 점검 기능을 추가해 설명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투자상품 녹취 모니터링 인력을 지난해 5명에서 올해 6명으로 늘렸다. 일반 지점의 투자상품 전용 창구에는 모두 녹음 설비를 설치했고, ELS 거점 점포에는 상담실마다 추가 장비를 들였다.
NH농협은행은 전 지점에 2200개의 녹취 세트를 설치하고 관련 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비용을 들이는 이유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때문이다. 이 법은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때 고객이 설명 부족을 주장하면, 금융회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면 징벌적 과징금까지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탁, 펀드, 골드·실버리슈 상품, 일임형 ISA 등을 판매할 때 녹취를 진행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나 부적합 투자자, 고난도 금융상품 가입자는 필수 녹취 대상이다.
직원들은 약 30분 동안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설명하고, 고객의 이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유형의 상품을 두 개 가입하면 같은 절차를 두 번 반복해야 한다. 최소 1시간은 걸린다.
한 은행 직원은 “예전에는 15분이면 끝났던 설명이 지금은 30분 이상 걸린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도 늘었지만, ELS 제재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가 끝난 뒤에도 절차는 남아 있다. 직원들은 녹음 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들으며 고객 답변이 명확하게 녹음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음성이 불분명하면 고객에게 다시 연락해 답을 받아야 한다. 이후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제대로 들었는지 재확인하는 절차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답이 나오면 곧바로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녹취 검증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퇴직 직원들이 주요 대상이다. 금융상품 이해도가 높고 고객 정보 보안에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녹취 내용을 1차 분석하고, 문제가 의심되는 부분만 직원이 2차 점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투자상품 관련 민원은 크게 줄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투자상품 등을 포함한 민원분쟁·소제기는 2024년 2782건에서 2025년 394건으로 86% 이상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1911건에서 165건으로 91% 넘게 줄었다. 하나은행은 528건에서 97건으로, 농협은행은 2496건에서 230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소비자 보호 관련 지표가 핵심성과지표(KPI)에 추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비용 부담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녹취 인력, 설비 설치, 데이터 보관 비용이 모두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한 은행 지점. 고수익 투자상품 가입을 문의한 기자에게 직원은 이렇게 귀띔했다. 투자 성향 진단 결과가 ‘공격투자형’으로 나와야 원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처음 검사에서는 ‘위험중립형’이 나왔다. 직원의 설명대로 첫 번째 항목에 체크하자 결과는 공격투자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가입 과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상품 구조와 손실 가능성, 투자 위험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이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일이 답해야 했다. 상담이 끝났을 때는 이미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코스닥 3000 시대를 공언하면서 은행 창구의 투자상품 문의가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반가움보다 부담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품 설명을 제대로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오는 12일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한 제재 수위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다른 투자상품까지 문제로 번질 경우 제재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거액을 들여 창구 녹음 설비를 설치하고, 상담 녹취를 점검할 인력까지 따로 확보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퇴직 직원들에게 녹취 검증 업무를 제안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퇴직 직원을 재채용해 현재 23명의 금융소비자보호오피서(CPO)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하나은행은 소비자보호 모니터링 시스템에 녹취 점검 기능을 추가해 설명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투자상품 녹취 모니터링 인력을 지난해 5명에서 올해 6명으로 늘렸다. 일반 지점의 투자상품 전용 창구에는 모두 녹음 설비를 설치했고, ELS 거점 점포에는 상담실마다 추가 장비를 들였다.
NH농협은행은 전 지점에 2200개의 녹취 세트를 설치하고 관련 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비용을 들이는 이유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때문이다. 이 법은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때 고객이 설명 부족을 주장하면, 금융회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면 징벌적 과징금까지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탁, 펀드, 골드·실버리슈 상품, 일임형 ISA 등을 판매할 때 녹취를 진행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나 부적합 투자자, 고난도 금융상품 가입자는 필수 녹취 대상이다.
직원들은 약 30분 동안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설명하고, 고객의 이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유형의 상품을 두 개 가입하면 같은 절차를 두 번 반복해야 한다. 최소 1시간은 걸린다.
한 은행 직원은 “예전에는 15분이면 끝났던 설명이 지금은 30분 이상 걸린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도 늘었지만, ELS 제재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가 끝난 뒤에도 절차는 남아 있다. 직원들은 녹음 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들으며 고객 답변이 명확하게 녹음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음성이 불분명하면 고객에게 다시 연락해 답을 받아야 한다. 이후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제대로 들었는지 재확인하는 절차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답이 나오면 곧바로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녹취 검증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퇴직 직원들이 주요 대상이다. 금융상품 이해도가 높고 고객 정보 보안에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녹취 내용을 1차 분석하고, 문제가 의심되는 부분만 직원이 2차 점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투자상품 관련 민원은 크게 줄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투자상품 등을 포함한 민원분쟁·소제기는 2024년 2782건에서 2025년 394건으로 86% 이상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1911건에서 165건으로 91% 넘게 줄었다. 하나은행은 528건에서 97건으로, 농협은행은 2496건에서 230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소비자 보호 관련 지표가 핵심성과지표(KPI)에 추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비용 부담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녹취 인력, 설비 설치, 데이터 보관 비용이 모두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