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밤, 숭례문과 서울타워에 동시에 불이 켜진다.
방탄소년단(BTS)의 컴백을 알리는 미디어 파사드다. 무대는 없다. 대신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가 공연장이 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더 시티 아리랑 서울’이다.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에 맞춰 3월 20일부터 4월 중순까지 서울 전역에서 도시형 문화 이벤트가 이어진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연 일정표가 아니다. 음악을 어디서 듣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울을 어떻게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다.
컴백 당일 숭례문과 서울타워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는 그 출발점이다. 숭례문은 조선의 시간이고, 서울타워는 근대 이후 서울을 상징한다. 이 두 공간을 동시에 호출하는 연출은 BTS가 ‘아리랑’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원형을 재현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함께하는 방식이다. 아리랑의 원형을 설명하지 않듯, 도시의 역사도 교과서처럼 풀지 않는다. 시각적 경험으로 던질 뿐이다.
한강으로 무대가 옮겨가면 방식은 더 분명해진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운영되는 음악 라운지는 콘서트가 아니다. 좌석도 없고, 시작과 끝을 알리는 멘트도 없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앉아 음악을 듣거나 강변을 걸으며 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음악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도시의 배경음처럼 흐른다. 공연을 소비하는 대신, 음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구조다.
4월로 접어들면 프로젝트는 더욱 분산된다. 돌담길과 계단, 가로수와 골목 벽면에 BTS의 가사가 빛과 영상으로 호출된다. 특정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 전시가 아니라, 일상의 이동 경로 자체가 전시장이 된다. 출근길에, 약속을 향해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문장들이다. 서울은 이 기간 동안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처럼 작동한다. 같은 도시를 걷지만, 만나는 문장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BTS가 ‘아리랑’을 선택한 이유와 정확히 겹친다. 아리랑은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노래가 아니었다. 길 위에서 불렸고, 이동과 이별, 반복과 귀환 속에서 변주돼 왔다. 지역마다 가사가 달랐고, 부르는 사람마다 의미도 달랐다. BTS는 이 노래를 재현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쓰이게 만들었고, 그 작동 무대를 공연장이 아니라 도시로 확장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리버풀이 떠오른다.
리버풀에는 비틀스 스토리 박물관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캐번 클럽, 매튜 스트리트, 항구 인근 도보 동선, 펍과 카페, 도시 투어 프로그램까지—비틀스는 도시의 생활 반경 안에 흩어져 있다. 관광객은 박물관을 보고 끝내지 않는다. 도시를 걸으며 비틀스를 경험한다.
중요한 점은 리버풀이 비틀스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곡은 언제 나왔다”는 해설보다, “이 거리에서 이런 음악이 나왔다”는 감각이 앞선다. 그래서 리버풀에서 비틀스는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도시 서사다. 음악은 박제되지 않았고,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된다.
이 방식은 도시 재생의 전략이기도 했다. 항구 산업이 쇠퇴한 이후, 리버풀은 경제적 공백을 문화로 채웠다. 비틀스는 단기 관광 수입원이 아니라, 도시 브랜드를 재구성하는 핵심 자산이 됐다. 음악 하나가 도시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구조다.
서울이 지금 시험대에 올린 질문도 여기에 닿아 있다. BTS의 컴백을 몇 주짜리 축제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기억 구조를 바꾸는 계기로 만들 것인가. 차이는 콘텐츠의 크기가 아니라, 도시가 음악을 다루는 태도에서 갈린다.
‘더 시티 아리랑 서울’이 팬 이벤트를 넘어서는 순간은, 이 경험이 시민의 일상 동선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다. 표를 사지 않아도,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도시에 머무는 것만으로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구조. 리버풀이 비틀스를 다뤘던 방식과 닮아 있다.
우리는 흔히 묻는다. “왜 BTS인가.”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서울은 BTS를 통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
비틀스는 리버풀을 세계 지도에 올려놓았다. BTS는 이미 서울을 세계의 중심에 놓아두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중심을 일회성 환호가 아니라 도시의 기억으로 고정시키는 일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미디어 파사드의 불이 꺼진 뒤에도, 서울이 어떤 도시로 떠올려질 것인가의 문제다.
3월 20일 밤, 불이 켜지는 것은 숭례문과 서울타워만이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도 함께 켜진다.
이 음악을, 우리는 어떻게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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