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생태계 중심 AI 대전환이 살 길이다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새해 벽두에 열린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 CES 2026이 우리에 던진 가장 중요한 화두는 AI 대전환의 확산이었다. 올해 4,100여개의 전시업체가 출품한 수만 개의 제품 및 솔루션의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AI 기능을 탑재하거나 활용하여 개발한 것으로 나타나 AI 대전환의 확산은 확실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 주장했던 ‘AI 거품론’은 CES 2026에서 설득력이 없을 만큼 이제 AI는 보편화되고 있다.
 
AI 대전환, 즉 AI의 활용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추진된다. 하나는 모든 산업 및 기업 업무의 생산성 및 경쟁력 혁신이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이 하던 일을 AI 활용을 통해 한 명이 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다른 하나는 제품 및 서비스의 기능 및 성능의 획기적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AI 반도체 및 솔루션을 탑재하여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는 식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은 작년 CES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제시한 AI 발전 단계와 일맥상통한다. 젠슨 황은 AI가 현재 1단계인 인식 AI, 2단계인 생성 AI를 지나서 3단계인 에이전트 AI, 4단계인 피지컬 AI로 발전할 것이라 전망했다. 에이전트 AI란 ‘대리인’이라는 의미대로 사람을 대리하여 자율적으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AI 시스템을 말한다. 기업의 마케팅, 개발, 구매, 생산 등 기능별 AI 에이전트가 예다. 피지컬 AI란 물리적 제품에 AI를 적용하여 혁신적 기능과 성능을 구현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이 예다. 이 두 가지 목적 중 전자인 생산성 및 경쟁력 혁신이 에이전트 AI의 목적과 일치하고 후자인 기능 및 성능 혁신이 피지컬 AI의 목적과 일치한다. 젠슨 황은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가 순차적으로 발전한다고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에 진전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즉,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가 각각 생산성 혁신과 기능 혁신이라는 AI 대전환의 양대 목적을 만족시키는 투 트랙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AI 대전환 전략도 이와 같은 목적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생산성 혁신의 에이전트 AI 전략과 기능 혁신의 피지컬 AI 전략을 실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생태계 구축이다. AI 대전환 전략은 반도체, 모델, 플랫폼, 서비스로 이루어지는 AI 생태계 전체 관점의 전략적 접근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양강 구조로 진전되고 있는 글로벌 AI 생태계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한 범국가적 전략이 시급하다. 이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불가능하고 우리 정부와 민간 기업 전체가 혼연일체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현재 세계 AI 패권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파상공세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 대응하면 우리 AI 생태계가 해외에 종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향후 1, 2년간의 현명한 대응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삐끗하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게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임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
 
우리 중요한 AI 생태계 전략과 관련하여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의 양대 분야에서 모두 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먼저 에이전트 AI 전략에 있어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과 같은 범용 AI 분야는 백만 장 규모의 GPU를 필요로 하는 ‘쩐(錢)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어 우리의 승산이 희박하다. 대신 제조, 의료, 문화, 교육 등 특정 산업에 집중하는 특화 AI는 우리의 강점인 데이터와 해당 분야(도메인) 노하우가 AI 모델보다 중요한 성공요소여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분야다. ‘버티컬(Vertical) AI’라 불리는 특화 AI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제조, 의료, 문화 등 특정 분야에 대한 데이터와 같은 형식지는 물론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같은 암묵지를 체계화, 구조화, 표준화하여 AI 모델에 학습시킨 독자 AI 플랫폼 개발이 승부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HD현대가 미국 팔란티어와 수억불 규모의 AI 대전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승부처인 조선 산업 데이터 및 도메인 노하우를 해외에 유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미국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전투함 건조는 미국 내에서만 할 수 있게 하는 법안까지 만들어 기술 유출을 막고 있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HD현대는 자사의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목숨 같은 데이터 및 도메인 노하우를 해외 기업에 공개하는 것은 자기만의 이익을 좇아 대한민국 조선 산업 생태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적어도 팔란티어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온톨로지 기반의 데이터 체계 및 방법론은 도입하더라도 자사 데이터 및 도메인 노하우의 해외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 사안을 개별 기업 문제라 방치하지 말고 대한민국 데이터 및 노하우 주권 확보 차원으로 중대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KT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우리 산업의 AI 대전환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같은 의미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AI 대전환 전문기업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핵심 승부처로 부상한 데이터 및 도메인 노하우 처리 및 AI 분석 분야에 대한 R&D 투자 확대와 함께 전문 기업 육성을 통한 생태계의 강건화가 시급한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이 반드시 주도해야 할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잘못하면 해외 기업에 종속되는 예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현명한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올해 CES 기조연설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지원하는 피지컬 AI 플랫폼인 알파마요(Alpamayo)를 발표하며 메르세데스 벤츠의 CLA 모델에 적용하여 올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알파마요는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인 옴니버스(Omniverse),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인 코스모스(Cosmos) 등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모델·솔루션·툴을 융합하여 자동차 회사에 제공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엔비디아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에 GPU 등 AI 반도체만이 아니라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모든 피지컬 AI 플랫폼을 제공할테니 이를 사용하여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라는 협력 제안을 한 것이다. 이제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피지컬 AI 플랫폼 회사가 되어 생태계를 지배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약 90%의 시장점유율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성공 전략을 살펴보면 향후 전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AI 기술개발 초기부터 자사 GPU와 함께 ‘CUDA’라는 우수한 AI 개발 환경을 전 세계 개발자에 제공하여 시장 표준으로 만듦으로 해서 개발자들이 다른 솔루션 사용을 꺼리는 ‘락인(Lock-in)’, 즉 ‘종속’ 현상을 만들어 강력한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성능 면에서 뒤지지 않는 AMD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리벨리온, 퓨리오사 등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업들이 향후 큰 시장이 될 추론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무기로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하고 있으나 이 엔비디아 GPU에의 ‘락인’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결국 젠슨 황의 이번 ‘알파마요’ 발표는 피지컬 AI 시장에서도 ‘CUDA’와 같은 종속 상황을 만들어 독점적 지배력을 발휘하겠다는 매우 야심찬 계획으로 해석된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의 성공 전략을 피지컬 AI 시장에도 바로 적용하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추진 중인 현대차와 우리 로봇 기업의 엔비디아 협력 전략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엔비디아 솔루션을 활용은 하되 ‘락인’으로 종속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와 같이 이동성이 중요하므로 AI 데이터센터나 에이전트 AI보다 저전력 특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반면에 GPU는 구조적으로 전력소모가 상대적으로 커서 피지컬 AI 적용 제품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초저전력 AI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피지컬 AI 시장을 주도할 조건을 다 갖추게 되어 승산이 있다. 피지컬 AI 역시 개별 기업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매우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생태계 전체를 조망하는 산업 특화 에이전트 및 피지컬 AI 전략이 우리의 살 길이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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