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선거 앞 출판기념회, 관행이라 해도 절제가 필요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 일정상 허용된 절차이고, 후보자가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책으로 정리해 유권자와 소통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출판기념회가 선거철마다 반복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 역시 분명하다. 책보다 행사, 내용보다 규모, 토론보다 분위기가 앞서는 관행이 누적되면서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본래 책을 매개로 한 공적 소통의 자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출마를 알리는 세 과시의 장이 되거나, 지지 여부를 확인하는 통과의례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책의 내용과 무관한 행사 구성, 가격이 사실상 의미를 잃은 책 판매 방식, 참석자의 ‘자율’에 맡긴 금액 관행 등은 오해를 낳기 쉽다.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라 하더라도,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볼 때는 정치와 금전이 느슨하게 연결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반복될수록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점이다. 선거는 정책과 역량을 경쟁하는 과정이어야 하지만, 출판기념회가 과도한 동원과 비용 경쟁의 장으로 비치게 되면 정치 참여의 문턱은 오히려 높아진다. 자금과 조직을 갖춘 사람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정치의 대표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커질 수밖에 없다.
 
6.3지방선거 공명선거지원상황실 개소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개소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명선거지원상황실에서 유득원 대전광역시 행정부시장, 최재동 한국정치학회 교육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2.6
6.3지방선거 공명선거지원상황실 개소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개소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명선거지원상황실에서 유득원 대전광역시 행정부시장, 최재동 한국정치학회 교육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2.6

그렇다고 모든 출판기념회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가능하느냐’가 아니라 ‘바람직하느냐’는 질문이다. 책의 완성도와 문제의식, 토론의 밀도, 행사 운영의 절제 여부가 함께 평가받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정치가 스스로 기준을 낮추지 않을 때만, 법의 사각지대라는 오해도 줄어들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시기일수록 정치권에는 더 높은 자제와 책임이 요구된다. 허용된 관행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출판기념회가 냉소적 행사로 비치지 않으려면, 정치 스스로 절제의 선을 긋는 것이 먼저다. 기본과 원칙, 그리고 상식은 제도의 바깥이 아니라 정치의 내부에서 지켜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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