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아마는 없다”고 못 박은 장면은 한국 부동산 정책의 오래된 병목을 정확히 짚었다. 수차례의 유예와 번복 속에서 시장이 학습한 것은 단 하나였다. 결국은 풀린다는 기대다. 이 기대를 끊지 못하면 어떤 제도도 작동하지 않는다.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옳다.
다만 의지의 선언이 곧 정책의 완성은 아니다. 이번 발언이 실제 제도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미뤄왔던 몇 가지 핵심 고리를 분명히 채워야 한다.
첫째, 경제적 합리성을 말한다면 수단을 숨겨서는 안 된다.
“팔지 말라 해도 팔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타당하다. 그러나 다주택자의 행동을 바꾸는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장치는 결국 조세다. 보유세와 양도세, 그리고 그 예외의 범위가 시장의 계산기를 바꾼다. “세금 이야기는 지금 하지 않겠다”는 신중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수단이 공백인 상태에서 구조만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언제, 어떤 원칙으로, 어떤 예외를 닫을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시장의 기대가 바뀐다.
둘째, 신뢰는 말이 아니라 신호로 구축된다.
보여주기식 처분을 경계하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정책 효과는 강요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고위 공직자의 행위는 강력한 시그널로 작동해 왔다. 솔선수범은 도덕적 연출이 아니라 정책 의지의 가시화다. ‘명령’과 ‘신호’를 구분해야 한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정리의 확산은 시장에 “이번엔 다르다”는 신뢰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선언을 제도로 번역하는 정밀함이 필요하다.
지난 4년의 불신은 발언의 약함이 아니라 반복된 번복의 결과에서 학습됐다. 따라서 이번 전환은 강한 언어보다 예외와 출구를 봉쇄하는 설계에서 증명돼야 한다. 한시적 유예의 재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규칙, 예외를 최소화하는 기준, 집행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는 없다”는 선언 역시 또 하나의 구호로 소진될 위험이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구조를 바로잡는 일은 단기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신뢰의 문제다. 이번에 실패하면 정책의 신뢰 자산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반대로 빠진 고리를 채워 수단·신호·설계가 동시에 작동한다면 시장의 학습은 되돌릴 수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의지는 출발점일 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제도의 완결성이다. “아마는 없다”가 정책이 되려면 감춰진 수단을 공개하고, 신호를 분명히 하며, 예외를 닫는 정밀한 설계로 답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시장은 배운다. 이번엔 정말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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