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이 마침내 개별 기술의 나열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묶어 수출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국내 AI 기업 7개사가 사우디 담맘에서 아람코 디지털과 체결한 ‘한국형 AI 풀스택’ 협력 MOU는 그 분기점이다. AI 반도체에서 모델, 클라우드,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한 첫 실전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글로벌 AI 시장의 흐름을 돌아보면, 이 선택은 늦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미국은 이미 개별 알고리즘 경쟁을 넘어 산업 맞춤형 AI 스택 경쟁으로 이동했다. IBM은 의료·금융 분야에서 Watson을 단일 솔루션이 아닌 산업 운영 체계로 공급해왔다. 독일의 Siemens 역시 제조 AI를 소프트웨어 제품이 아니라 공장 전체의 디지털 트윈 구조로 수출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AI 강국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술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시스템을 수출한다는 점이다.
이번 한국 AI 컨소시엄의 핵심 역시 분업의 완성도에 있다.
AI 반도체, 산업 특화 모델, 거대언어모델(LLM) 운영·관리, 클라우드·AI 인프라 구축·운영까지 각 기업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참여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되느냐다. 반도체–모델–인프라–운영이 단절되지 않고 현장 수요에 맞춰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The whole i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격언은 AI 산업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우디는 AI 실험의 ‘전시장’이 아니다. 에너지·제조라는 초대형 산업 현장에서 비용, 안전, 효율을 동시에 개선해야 하는 실전 무대다. 아람코 디지털이 한국 컨소시엄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시장에서는 정확도가 조금 더 높은 모델보다, 24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운영 체계가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실리콘밸리에서 회자되는 말처럼, AI 경쟁의 승부는 똑똑한 데모가 아니라 지루할 만큼 잘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갈린다.
이 지점에서 ‘기본·원칙·상식’은 분명해진다.
첫째, 현장 성과로 환산되지 않는 AI는 혁신이 아니라 비용이다.
둘째, 표준을 선점해야 지속된다. 미국과 유럽이 AI 주도권을 유지하는 이유는 기술력뿐 아니라, 자신들의 방식을 곧 산업 표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형 AI 풀스택 역시 중동과 신흥시장에 복제 가능한 표준 모델로 자리 잡지 못하면 일회성 성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셋째, 운영 능력이 곧 경쟁력이다. AI 산업에서도 승부는 시스템 구축 이후의 운영과 관리에서 결정된다.
정부의 역할도 명확하다. 개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컨소시엄형 수출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제도·금융·외교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일본이 반도체와 에너지 분야에서 일관되게 ‘패키지 외교’를 구사해온 것도 같은 이유다. 기술은 기업이 만들지만, 시스템은 국가가 뒷받침할 때 완성된다.
이번 사우디 협력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한국형 AI 풀스택의 진짜 평가는 사우디 산업 현장에서의 성과 지표로 내려질 것이다. 기술을 파는 나라에서 구조를 수출하는 나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 시험대가 지금 중동의 산업 현장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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