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기소된 대상에는 제분·제당 업계의 대표이사급 임원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는 일부 실무자의 일탈이 아니라, 경영 판단의 영역에서 담합이 구조화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조율하고,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하며, 규제 기관을 은어로 부르는 행태는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시장 질서를 의도적으로 훼손한 행위다.
특히 밀가루와 설탕은 서민 물가의 ‘기초 체력’과 같은 품목이다.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고물가 체감이었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활비를 담합의 수단으로 삼은 셈이다.
문제는 이런 담합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업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그럼에도 유사한 행태가 반복됐다는 것은 현행 제재 수준이 억지력으로 작동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시장경제는 자유를 전제로 하지만, 그 자유는 공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정당성을 가진다. 필수재를 다루는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은 더 무겁다. 이번 사건은 몇몇 기업의 범죄를 넘어, 공정한 가격 형성이라는 시장의 기본 원칙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다.
사법적 판단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담합에 대한 인식과 처벌의 기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라는 탄식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서민 물가를 인질로 삼는 담합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원칙에 맞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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