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행정통합 '균형발전' 흔들…기초의회 "주청사부터 정하라"

  • "이름만 통합, 실상은 광주 중심" 전남 기초의회 '주청사 없는 통합' 직격

29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광주 행정통합 시·군의회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이호성 무안군의회 의장이 “주사무소를 정하지 않겠다는 통합은 균형이 아니라 책임 회피”라며 “통합 이후 주청사는 반드시 무안의 전남도청으로 확정돼야 한다”고 김태균 전남도의회 의장에게 건의하고 있다사진김옥현 기자
29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광주 행정통합 시·군의회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이호성 무안군의회 의장이 “주사무소를 정하지 않겠다는 통합은 균형이 아니라 책임 회피”라며 “통합 이후 주청사는 반드시 무안의 전남도청으로 확정돼야 한다”고 김태균 전남도의회 의장에게 건의하고 있다.[사진=김옥현 기자]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전남 기초의회들의 반발이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주청사 위치조차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절차를 서두르는 방식이 지역 균형발전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광주 행정통합 시·군의회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이호성 무안군의회 의장은 “주사무소를 정하지 않겠다는 통합은 균형이 아니라 책임 회피”라며 “통합 이후 주청사는 반드시 무안의 전남도청으로 확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국정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현재 행정통합 논의는 광주 중심 체제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통합 자치단체 명칭과 약칭이 짧은 기간 동안 잇따라 변경된 점을 언급하며 “광주 중심 운영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남도청은 이미 전남 행정의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광주는 경제 수도, 전남은 행정 수도로 역할을 분담해야 통합의 명분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에 따른 지원 대책 역시 특별법에 명문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무안뿐 아니라 전남 동부권과 인구소멸 지역의 우려도 이어졌다. 여수·광양 등 동부권 의원들은 산업과 인구를 떠받쳐온 지역이 행정 권한 배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일부 군 지역 의원들은 통합 특례로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등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 혼란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광주와 전남의 조례 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통합이 이뤄질 경우 주민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개발 규제와 그린벨트 완화 문제를 통합 특례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간담회의 성격 자체를 문제 삼는 내부 비판도 나왔다.
 
간담회에 앞서 무안군의회 의원들과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은 전남도청 앞에서 항의 의사를 표명하려다 청사 경비 문제로 마찰을 빚으며 청사 진입에 실패한 후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김옥현 기자
간담회에 앞서 무안군의회 의원들과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은 전남도청 앞에서 항의 의사를 표명하려다 청사 경비 문제로 마찰을 빚으며 청사 진입에 실패한 후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김옥현 기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공무원은 “형식은 의견수렴 간담회라지만, 이미 방향은 정해놓고 절차만 밟는 자리로 보였다”며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통합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과정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 의견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통합 필요성만 반복됐다”며 “이런 방식이라면 간담회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간담회에 앞서 무안군의회 의원들과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은 전남도청 앞에서 항의 의사를 표명하려다 청사 경비 문제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삭발까지 감행한 일부 의원들의 모습은 통합 추진을 둘러싼 지역 내 불신과 긴장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태균 전남도의회 의장은 “의원들의 의견을 TF를 통해 집행부에 전달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기초의회들은 “이제는 방향 설명이 아니라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행정통합이 상생의 해법이 될지,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주청사와 권한 배분이라는 핵심 쟁점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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