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25% 재인상’ 통보로 한국 경제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걷힌 듯했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가까스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성장 흐름과 원화 가치가 동시에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7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을 만나 대미 투자 특별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재정경제부는 “당초 이날 오후 부총리와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면담을 통해 특별법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었다”며 “향후 국회의 법안 논의 상황을 미국 측에 설명하며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목표 2.0% 달성과 15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 안정에 주력해온 경제당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중대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돌발 변수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내수 중심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내수 회복과 수출 개선을 근거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였다. 주요 글로벌 기관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 투자은행(IB) 평균 2.0% 등으로 대체로 2% 안팎에 형성돼 있다.
관세 영향은 현지 생산 확대가 가능한 대기업보다 대응 여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나면서 ‘K자형 회복’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상호관세 25%가 부과될 경우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하더라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환시장 불확실성도 한층 확대됐다. 일본 엔화 강세 전환으로 달러화 약세가 나타난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두 달 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나흘간 진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닷새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5.6원 오른 1446.2원으로 집계됐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무역 합의의 국회 비준 부재를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에 대해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점이 원화 약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발언 자체는 원화 약세 요인”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한·미 무역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특별법이 통과돼 상호관세 문제가 일단락되더라도 외환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은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의 대미 투자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는 환율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앞서 구 부총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외환시장 여건상 올해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원화 약세 국면에서 추가적인 달러 수요를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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