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조건 없는 배임죄 전면 개편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명확한 법적 판단의 기준이 불분명해 기업의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법적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투자와 고용 창출을 가로막아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영계는 배임죄가 기업인을 압박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영 판단 원칙'의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경영 실패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해도 절차적으로 정당하다면 형벌을 내리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경제 8단체는 국회와 법무부에 '배임죄 개선 방안'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번 건의에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이 참여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고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면서 제3자가 이득을 취하게 하는 범죄다. 경제계는 국회가 지난해 1차 상법 개정 당시 배임죄 개선 논의를 약속했지만,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배임죄를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제형벌'이라고 규정했다.
중소기업은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이 접수되는 순간부터 기업은 사지로 내몰린다. 배임 혐의 기소 소식은 협력사와의 계약 파기나 수주 탈락으로 이어지거나,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9월 '경제형벌 합리화' 개선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며 배임죄 폐지 및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형벌 폐지) 등이 포함된 14개 개선과제를 제출했다.
당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법무 지원 인력이 부족해 동일한 규제도 훨씬 더 무겁게 작용한다"며 "단순한 실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구조는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신규 투자와 고용 창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일침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배임죄 기소 인원은 약 965명인 반면, 비슷한 법 체계를 가진 일본은 31명에 불과하다. 한국 경영자가 배임죄로 법정에 설 확률이 약 30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일본은 명백한 사익 편취가 입증되지 않는 한 경영상의 판단을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관례가 정착됐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경영을 위해선 미래 불확실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상당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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