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헌혈 오픈런은 신호였다…이제는 '보상 있는 시스템'으로 답해야 한다

국내 혈액 보유량이 적정 기준을 밑돌며 혈액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현재 혈액 보유량은 4.4일분으로 권고 기준인 5일분에 못 미친다. 특히 10대와 20대 젊은층의 헌혈 참여가 10년 새 급감하면서 혈액 수급 문제는 일시적 부족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접어들었다.

최근 인기 디저트를 제공한 헌혈 이벤트에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진 것은 이 위기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민의 자발성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무엇이 사람들을 실제로 움직이는지 확인된 사례다. 문제는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이를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로 치부하는 순간 해법은 다시 추상적 구호와 도덕적 호소로 후퇴한다.

혈액은 대체할 수 없는 필수 공공재다. 위급한 수술과 응급 치료에서 혈액 부족은 곧 생명 위협으로 이어진다. 전기와 수도처럼, 안정적 공급이 전제돼야 하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혈액 수급 역시 ‘선의에 맡긴 참여’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설계한 시스템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
 
부족한 헌혈 대응책은
부족한 헌혈 대응책은?

젊은층 헌혈 감소의 원인은 분명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학교·군부대 중심의 집단 헌혈이 끊겼고, 저출산으로 헌혈 가능 인구 자체가 줄었다. 이는 인식이나 홍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분모가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처럼 “사회적 인정”이나 “당위”만을 강조하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제 접근을 바꿔야 한다. 헌혈 참여를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으로 만들어야 한다. 오픈런이 보여준 것은 물질적 인센티브가 헌혈 참여를 실제로 끌어올린다는 사실이다. 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제도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 정기 헌혈자에게 의료·공공 서비스와 연계된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고, 헌혈을 반복할수록 누적되는 보상 구조를 설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매혈’이 아니라 공공재 공급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 보상이다.

아울러 헌혈 가능 연령과 방식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에 맞춰 건강 기준을 충족하는 중·장년층의 참여를 확대하고, 이동식 헌혈과 예약 시스템을 더욱 촘촘히 운영해 참여 장벽을 낮춰야 한다. 혈액 수급 상황 역시 위기 때만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공개해, 사회 전체가 위험 수준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기본과 상식은 명확하다. 혈액은 필요할 때 갑자기 만들어낼 수 없다. 필수 공공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도덕적 호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보상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헌혈 오픈런은 일탈이 아니라 경고였다. 이제 정부와 사회가 이 신호를 외면하지 말고, 현실에 맞는 제도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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