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종이빨대·컵 따로 계산제, '소비자 공감' 뒷전인 환경규제

 
[챗GPT 활용]
[챗GPT 활용]

환경 보호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앞에서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 중요한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다. 몇 년간 이어진 종이빨대 사용 정책의 오락가락 행보와 최근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추진하는 ‘컵 따로 계산제’는 환경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 규제가 얼마나 설익고, 소비자의 수용성을 간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 빨대를 전면 규제하며 대안으로 내세운 종이빨대는 2022년 11월 시행 이후 실제 사용 과정에서 음료 맛을 해치고 쉽게 눅눅해진다는 불편과 위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2023년 플라스틱 전면 금지 무기한 유예했으나 또다시 지난해 말 플라스틱·종이 등 모든 빨대를 고객 요청 시에만 제공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몇 년간의 빨대 정책은 명확한 기준도, 일관된 메시지도 없이 소비자들에게 ‘환경 규제는 불편하고 믿기 어렵다’는 인식만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컵 따로 계산제’다. 기존의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달리 음료 가격과 플라스틱 일회용 컵 가격을 분리해 표시하고, 컵을 사용하지 않으면 할인해 주겠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텀블러 사용을 촉진하는 등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지만, 이번에도 '현실과 괴리가 큰 정책 설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텀블러 할인 제도가 존재하지만 다수의 소비자가 여전히 일회용 컵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회용 컵 가격으로 거론되는 100~200원 수준이 과연 소비자의 선택을 바꿀 만큼 강력한 유인책인지 의문이다.

환경적인 효과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컵 따로 계산제가 텀블러 등 개인컵 사용을 유도해 ‘플라스틱 소비 감소'를 이끌겠다는 것이지만, 텀블러가 과연 친환경적이냐는 이견도 있다.  텀블러의 경우 반복 사용을 전제로 할 때만 친환경적일 뿐 몇 차례 사용 후 방치된다면 오히려 자원 낭비와 탄소 배출을 키울 수 있다. 규제가 의도하는 행동의 변화가 실제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검증은 여전히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던 컵 가격을 별도로 붙이면 소비자들로서는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두고 무게를 줄인 사실상의 가격 인상)을 잡기 위해 중량 표시제를 도입한 정부가 음료값 인상을 부추긴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종이빨대와 컵 따로 계산제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표에 집중하지만, 소비자가 어떤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설득 없는 규제와 일관성 없는 정책은 환경도, 정부 신뢰도 지키지 못한다. 종이빨대에서 컵 따로 계산제로 이어지는 흐름이 또 하나의 시행착오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소비자의 수용성과 현실을 정책의 출발점에 놓아야 한다. 환경 문제 해결의 열쇠는 ‘강요’가 아니라 ‘공감’에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