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천무 수출이 보여준 K-방산의 힘…한화가 증명한 '신뢰 경쟁력'

한국형 다연장로켓포 ‘천무’의 5조원대 수출 성과는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한 이번 수출은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성능·납기·운용 전반에 대한 신뢰라는 방산 경쟁의 본질에서 한국 기업이 확실한 평가를 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천무의 강점은 분명하다. 다양한 탄종을 운용할 수 있는 유연성, 기존 서방 무기체계와의 높은 호환성, 실전 배치 이후 검증된 안정성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정해진 시간에, 약속한 성능으로 계약을 이행하는 능력이다. 방산 시장에서 기술만큼 중요한 요소가 신뢰라는 점에서, 천무는 한국 방산 산업의 체질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한화의 경쟁력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초기 도입 이후의 유지·보수, 현지 운용 환경에 맞춘 개량, 훈련과 후속 지원까지 포함한 종합적 제안 능력은 기존 방산 강국들과의 경쟁에서 분명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단기 수주가 아니라 장기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특히 납기 능력은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 지표로 부상했다. 전쟁과 분쟁이 이어지며 무기 수요는 급증했지만, 많은 국가들이 생산 지연과 공급망 불안에 직면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천무는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공급 능력을 입증하며 신뢰를 얻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 제조업 기반과 방산 생태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성과에 도취할 이유는 없다. 방산 수출은 외교·안보 리스크를 동반하고,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경쟁국들 역시 가격·기술·정치적 조건을 결합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의 성과를 일회성 호황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기술 고도화와 품질 관리, 협력업체 생태계 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천무 수출은 한국 방산이 ‘대안적 공급자’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주력 파트너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수십 년에 걸친 투자와 시행착오, 그리고 원칙을 지켜온 결과다.

기본과 상식은 방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성능은 검증돼야 하고, 약속은 지켜져야 하며, 책임은 끝까지 져야 한다. 한화의 천무가 세계 시장에서 선택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를 과장하는 일이 아니라, 이 신뢰를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차분한 전략이다. 그럴 때 K-방산은 일시적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Notebook LM 인포그래픽
[사진=Notebook LM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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