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메타 등 美빅테크 4곳, '장부 외' AI 투자 부채 170조원"

  • "위험 은폐돼...금융계로 확산 위험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라클 사옥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라클 사옥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4곳이 특수목적법인(SPV)을 활용해 재무제표에서 제거한 인공지능(AI) 투자 부채가 1186억달러(약 17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라클과 메타플랫폼(메타), xAI, 코어위브 등 4개사를 대상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 이처럼 추정됐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마련하고자 SPV를 만들고 이어 핌코, 블랙록, 아폴로, 블루아울, JP모건 등 월가 금융사들이 이들 SPV가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댔다.

FT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이들 빅테크의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히지 않아 신용등급 하락을 피할 수 있는 등 이점이 있지만, AI 투자 위험을 숨기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에선 AI 운영사가 재무적 어려움을 겪으면 이 위기가 예측 못 할 형태로 미국 금융계로 대거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FT의 추정을 보면 오라클이 SPV를 통해 조달한 AI 관련 자금은 660억달러(약 96조원)로 4개사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오라클은 이를 통해 미국 텍사스, 위스콘신, 뉴멕시코 등에서 데이터센터 여러 곳을 지었고, 이들 데이터센터의 소유주는 각 SPV가 된다. 오라클은 해당 SPV에서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는 구조다.

블루아울과 JP모건 등 돈을 빌려준 투자자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발생하면 데이터센터 부지, 설비, 내부 칩 등 실물 자산에 대해서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시설 관리 주체인 오라클에는 상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FT는 짚었다.

또한 FT는 금융계에서는 SPV 부채를 일으키는 빅테크들이 당장은 재무 여력과 신용등급이 탄탄해 궁극적인 위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빅테크 SPV에 자금을 대주는 주요 주체로는 사모대출 시장이 꼽힌다. 이 시장은 1조7000억달러로 규모가 급성장했으나 자산 가치의 가파른 상승과 환급성 부족, 차입자 집중 등의 문제로 이미 우려가 큰 상태다. 데이터센터 금융 거래에 정통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모 대출 시장에는 이미 위험한 대출과 잠재적 신용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AI 투자의 불확실성과 사모 대출의 부실화라는 두 중대 리스크가 더 많이 얽히면서 향후 몇년 동안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걱정스러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든 빅테크가 SPV 부채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내부 현금을 쓰거나 직접 돈을 빌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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