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미 연구용 팹 1기를 가동하고 있고, SK하이닉스 팹 1기도 올 초부터 공사를 시작해 절반 가까이 완료된 상황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이라니요.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호남 이전론에 대해 반도체 업계가 보인 반응이다. 2019년 클러스터 부지 확정 이후 각종 정부 인허가 단계를 통과하고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인 시설 조성에 나선 가운데 호남 지역으로 이전 추진할 경우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단 점에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조성 일정은 쉴 틈 없이 빼곡하다. 삼성전자가 들어서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는 최근 1·2공구 시공사 선정을 시작으로 완공 초읽기에 돌입했다. 2028년 가동 목표로 내년 상반기 내 공사 첫 삽을 뜰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현재 2~4기 팹 부지 토목 공사에 한창이다.
현장 건설 속도가 불붙은 가운데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은 사실상 모든 일정을 무효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필요하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정부 국책 사업 단위보다 몇 배 더 많은 민간 자본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을 몇몇 이해관계로 재검토하는 건 사실상 사업 백지화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집적효과 저하에 따른 경쟁력 약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용인시를 중심으로 평택·화성·안성·성남·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 일대에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대거 자리 잡고 있다. 2047년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팹을 포함해 16개 신규 팹이 새롭게 들어선다. 여기에 소재·부품·장비 협력 업체와 국제 물류, 민관 연구시설(R&D) 등도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산단을 주축으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동하게 되면 반도체 밸리라고 불리는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비용과 시간 손실도 문제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분산화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면서 "글로벌 칩패권을 선점하기 위해선 용인 클러스터 내에서 모든 산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치권의 선거용 구호로 내다보며 일단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해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여의도 정가의 군불 때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호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마저 경기도지사 시절 용인시 유치에 힘을 보낸 걸 후회한다고 이야기한 만큼 호남 이전론에 힘이 실릴 상황에 대비한 각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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