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도심서 러 軍장성 폭사…러 "우크라 소행"

최근 1년여 새 모스크바서 군 고위급 폭사 세 번째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이 22일 차량폭탄테러로 숨진 가운데 현장에서 폭파된 차량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EPA·연합뉴스]

러시아 군 고위 장성이 수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탄 테러로 숨졌다. 최근 1년여 사이 모스크바에서 군 고위급 인사가 폭사한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로, 러시아는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파닐 사르바로프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훈련국장이 이날 모스크바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폭발이 이날 오전 모스크바 남부의 한 주택가 주차장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사르바로프 국장이 자신의 흰색 기아 소렌토 차량을 운전해 몇 미터 이동하던 중 차량 하부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사르바로프 국장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은 문과 뒷유리가 날아가고 차체가 심하게 뒤틀린 상태였으며, 운전석에서는 혈흔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을 지목했다. 스베틀라나 페트렌코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은 "이 '살인'에 대해 여러 조사를 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는 이 범죄가 우크라이나 정보국에 의해 조종됐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폭탄을 설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르바로프 국장의 살해 소식을 즉각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1969년 러시아 페름주 출신인 사르바로프 국장은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체첸전과 시리아전에 참전했으며 용기훈장, 조국공로훈장, 군사공로훈장 등을 수훈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이끌던 부서가 러시아군의 전투태세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전했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사르바로프 국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임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WP는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연쇄 회동을 가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병력과 무기에서 우위를 점한 러시아에 맞서 전쟁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예상치 못한 방식의 공격을 잇달아 감행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이고리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 방어사령관이 모스크바 대로변에서 전기 스쿠터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사망했고, 이 과정에서 부관 2명도 숨졌다.

지난 4월에는 모스크바 인근에서 러시아군 총참모부 주작전국 부국장인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중장이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해 왔으며, 우크라이나 역시 과거 일부 사건에 대해 자국 보안당국의 소행임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현재까지 사르바로프 국장 폭사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보안기관의 개선을 촉구했지만, 주요 도시에서 고위 장성뿐 아니라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2022년 8월에는 러시아 극우 사상가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로 사망했고, 2023년 4월에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 막심 포민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 행사 도중 폭발물 공격으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