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 정치 지형은 물론 2028년 차기 대선까지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간선거에서 ‘생활비 부담 능력(affordability)’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현지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생활비 부담 능력이란 주거비, 양육비, 식료품비, 의료비, 공과금 등 생필품 및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나타내는 말이다.
NYT는 미 의원들이 보낸 이메일에서 생활비 부담 능력이 주된 키워드로 쓰인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한 달에 한 건도 없었고, 2021~2022년에는 한 달 평균 한 건 이하로 이 단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2023년 월평균 6건, 작년 7건으로 늘었다. 올해 1~5월에는 이 단어가 한 달에 평균 8건으로 늘었으며, 5~10월에는 한 달에 평균 15건으로 늘었다. 연말인 올해 11~12월에는 한 달 평균 70건 등장하고 있다.
공화와 민주 양당은 모두 내년 중간선거에서 이 생활비 부담 능력을 두고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경제적 우려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고 있으며, 재정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올해 들어 생활비 부담 능력 이슈를 정치권에 띄운 것은 마이키 셰릴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이다. 셰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공세를 펼쳤다. 그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생활비 부담 능력 위기”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셰릴은 지난달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가운데 내달 초 취임한다. 사상 첫 무슬림 뉴욕시장으로 인기를 몰고 있는 조란 맘다니 당선인 역시 선거 과정에서 버스비 무료화와 주택 임대료 동결 등 생활비에 집중한 캠페인을 펼쳐 민주당 출신 거물 앤드루 쿠오모(무소속)를 누르고 당선됐다.
반면 지지율이 하락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펜실베이니아 포코노 연설에서 민주당의 생활비 공세에 대해 “거짓말(hoax)”이라고 비난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는 또 최근 TV 연설에서 “생활비 부담 능력이라는 단어가 처음 들리기 시작한 것은 바이든 정부 때”라고 강조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역시 이 단어를 처음부터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작년 대선 캠페인에서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활용해 “미국을 다시 생활비 부담이 가능하게 (make America affordable again)”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트럼프에게 경제 문제는 중요한 포인트다. 실제로 지난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로키마운트에서 펼친 유세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집권 이후 인플레이션이 완화됐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으로 약값을 인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CNN은 전했다.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생활비 부담 능력이라는 단어가 급속도로 정치권에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민주당의 전략가로 꼽히는 제임스 카빌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생활비 부담 능력이라는) 단어가 어느 날 하루에 100번 넘게 들린다”면서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일어났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참모를 역임했던 카빌은 1992년 대선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를 창안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승리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역설적으로 이 생활비 부담 능력 이슈는 작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이 트럼프에게 패배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고 신문은 전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을 당시 신생아 세액 공제나 주택 구입 계약금 지원 등 생활 밀착형 공약에 집중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에 트럼프를 파시스트로 공격하는 데 정치 역량을 집중했고, 그 전략은 생활비 우려를 느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리스 전 부통령의 패배가 민주당의 현 상승세에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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