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가운데 가장 강한 문제의식은 이른바 ‘계속 해먹는다’는 표현에 담겨 있다.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서 돌아가며 계속 해먹더라.”
표현은 거칠지만 질문은 분명하다. 금융회사의 지배권이 제도와 절차가 아니라 소수 내부 집단에 의해 장기간 독점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치금융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해 정부가 손을 떼고 방치해 온 결과를 되짚었다.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말라는 말이 맞아서 안 해왔다”고 했지만, 그 결과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멋대로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면 이것 역시 방치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는 개입 선언이 아니라, 방치에 대한 경고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짚었다. 현행 금융회사 관련 법 체계상 최상위에 있는 금융지주사 자체를 공적으로 관리·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극히 제한적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 검증 강화,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고, 내년 1월까지 입법 과제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로 거론되는 금융지주사들에 대해서는 개별 산하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착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해외 주요국 금융시장은 이미 ‘사람의 선의’가 아니라 ‘제도의 견제’에 금융의 안전판을 두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과반을 독립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최고경영자 승계 과정은 감독당국의 사전 검증 대상이다. 일본 역시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과 인사 전횡을 막기 위해 외부 인선위원회와 투명한 승계 규칙을 제도화했다. 금융의 자율은 견제 장치 위에서만 유지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이번 논의의 본질은 특정 금융사나 특정 인물을 겨냥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의 기본과 원칙에 관한 문제다. 금융은 민간의 영역이지만, 공공성이 강한 산업이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책임이 흐려지면 시장의 신뢰는 무너지고, 그 비용은 금융소비자와 국민 전체가 떠안게 된다. ‘계속 해먹는 구조’가 용인되는 금융에서 신뢰가 쌓일 수는 없다.
고전은 이미 답을 주고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명(正名)이 서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다”고 했다. 역할과 책임이 바로 서지 않으면 조직은 반드시 흔들린다는 뜻이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권한과 책임,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독당국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발언은 금융권을 옥죄려는 정치적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제도와 관행을 기본으로 되돌리라는 요구가 돼야 한다. 법과 제도를 고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강조했듯 현재 가진 권한을 최소한으로라도 행사해 비정상적인 관행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금융권은 이제 답해야 한다.
“돌아가며 계속 해먹는 구조”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지배구조와 인선 시스템을 근본부터 점검하고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 기본·원칙·상식 위에 선 금융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것이 금융개혁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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