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 소식에 미국 정부가 반색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요 파트너로 부상한 모습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고려아연의 제련소 투자를 가리켜 "미국의 큰 승리"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기반을 재건하며 외국 공급망 의존을 끝내는 변혁적인 핵심광물 계약을 체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테네시주에 연간 54만톤(t) 규모의 핵심광물 제련·가공 시설을 건설하는 대규모 투자를 고려아연과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갈륨, 게르마늄, 인듐, 안티몬, 구리, 은, 금, 아연 등은 방어 시스템과 반도체,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자동차,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라며 "이들 광물이 미국 땅에서 생산돼 전투기부터 반도체 공장, 전력망까지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러트닉 장관은 "2026년부터 미국은 고려아연의 확대된 글로벌 생산에 우선 접근권을 확보하게 된다"며 "미국 안보와 제조업을 최우선에 두는 조치"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자동차와 국방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의 공급망 위험이 커지자 고려아연에 제련소 건설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 제련소에서 연간 아연 30만t, 구리 3만5000t, 납 20만t, 희토류 5100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보통주 약 220만주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미국 합작법인(JV)에 투입되고, 미국 정부는 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간접 확보하게 된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 통제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아미 베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되며 핵심광물 분야의 병목이 드러났다"며 "한국 등 동맹국과 다변화된 광물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이번 조치는 미국과 동맹국의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고, 전 세계 공급망을 강타한 심각한 핵심 소재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2일에는 중국의 AI에 대항하기 위해 핵심광물부터 에너지, 반도체 및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한국, 일본, 영국 등 8개국과 함께 전선을 구축하는 '팍스 실리카' 출범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