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흘간 전원회의 마무리…대남·대미 메시지는 '침묵'

  • 통상 연말 5~6일간 개최…올해 이른 시기 앞당겨 진행

  • "새 기조·방향제시 없는 점, 기존 노선 지속 암시" 평가

  • 美 새 NSS 공개에 대미 전략 재검토 가능성도 제기돼

  • 9차 당대회서 메시지 발신할 듯…연말 준비 박차 전망

북한이 내년 초 열릴 노동당 9차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하고 폐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내년 초 열릴 노동당 9차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하고 폐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개최한 당 전원회의를 사흘 만에 마무리 지었다. 대남·대미 관련 언급은 전혀 내놓지 않은 채 내년 초 예정된 9차 당대회 준비에 집중하려는 기조가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일련의 중요 문제들을 의결하기 위해 2025년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통상 한 해를 결산하기 위한 당 전원회의를 연말에 5∼6일간 진행했지만 올해는 12월 초중순에 사흘 일정으로 압축해 열었다. 폐막 보도를 냈으나 올해 성과 과시와 9차 당대회 준비를 강조했을 뿐 세부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관심이 모였던 김 위원장의 대미·대남 노선 관련 평가나 인식 등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대신 "국가방위력의 전반적 구성 부분들에 대한 우리 당의 현대화 방침에 따라 이룩된 의미 있는 성과들로 해 전 지구적인 지정학적 및 기술적 변화 속에서도 나라의 안전과 방위 보장, 이익 수호를 위해 많은 문제들이 효과적으로 올바로 해결됐으며 정확한 발전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자평하는 것에 그쳤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견지하는 핵능력 증강, 재래식 전력 현대화 등 국방력 강화 방향의 당위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로운 기조나 방향 제시도 없는 점은 기존 대미, 대미 (노선) 지속을 암시한다"며 "'전 지구적인 지정학적·기술적 변화' 속에서도 '나라의 안전을 보장'했다는 표현으로 앞으로도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무력화하고 핵·미사일과 첨단기술 변화를 반영한 신형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라고 짚었다.

다만 북한이 최근 공개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고려해 향후 대미 전략을 재검토 중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NSS가 미칠 영향,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 미국의 대북한 대화 접근 대응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9차 당대회 전략적 기조를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전원회의 보도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정세 관련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도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러시아 쿠르스크 파병'이 전원회의에서 언급됐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근 1년간 우리 군대의 여러 병종부대들이 해외 군사작전에 출병해 이룩한 혁혁한 전과는 백전필승의 군대, 국제적 정의의 진정한 수호자로서의 우리 군대와 국가의 명성을 만방에 시위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군사 및 경제 분야 지원, 국제적 지위 상승이라는 3중 이득을 얻었다"며 "이를 '백전필승의 군대'로 포장해 국내외에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향후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 한국의 대북 압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또 9차 당대회 준비와 관련해 '당 대회 승인에 제기할 당규약 개정안 작성' 문제가 언급됐다는 이날 보도 내용을 미뤄 볼 때 '적대적 두 국가론' 등이 당규약에 명문화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개정 당 규약에서는 남조선 혁명론 등 통일관련 조항 완전 삭제, 적대적 2국가 관계 신설 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올해를 국정을 '역사적인 전환의 해'라고 총평하고 9차 당대회 준비를 위한 '조직 정치사업 대책'을 밝힌 만큼 북한은 남은 기간 주요 과제를 마무리하고 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대회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의 최종 결심이 나오지 않았거나 당대회 일정이 확정됐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당대회 일정 공표 시기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원회의 이후 올해 12월 말 혹은 내년 1월 중 당대회 준비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2020년 사례와 같이 당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9차 당대회 일정 공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시정돼야 할 결점과 폐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조직 문제'를 논의하고 1명의 당 중앙위원과 5명의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소환했는데, 전원회의에서 내부 질책을 받은 분야 책임자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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