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남북관계 원로들 "대통령 메시지와 정책, 따로 가선 안 돼"

  • 한반도평화포럼, 정부 출범 6개월 맞아 특별좌담회 개최

  • 정세현, 9·19 군사분야 합의 복원 진전 없는 현실 지적

  • "참모 뭐하는 건가…NSC, 김대중 정부 때로 돌아가야"

  • 모호한 대북 메시지 자체에 대한 비판도…"수정 필요"

남북관계 원로들이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좌담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송윤서 기자
남북관계 원로들이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좌담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송윤서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진보 성향의 남북관계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반년간 정부는 얼어붙은 남북 관계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8·15 경축사와 유엔총회 기조연설 계기 'END'(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 구상을 제시하는 등 대북 방향성을 밝혀왔다. 그러나 원로들은 메시지와 실제 정책 이행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향해 대화 손짓을 보내면서도 정책 집행 과정에선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평화포럼은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 센터에서 '정부 출범 6개월,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이재정·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이 대통령이 앞서 9·19 군사분야 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목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최고정책결정권자의 한마디는 바로 정책"이라며 "대통령이 말했으면 참모들은 당연히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실행에 옮겨 나가야 될 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어 "넉달이 다 돼가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정 장관은 "참모들 뭐하는 것이냐, 그러고 월급을 받느냐"며 "나도 정무직을 해봤지만 이러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운영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현재 체제는 윤석열 정부 시절에 굳어졌다고 하는데, 차관급이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과 똑같은 급으로 참석을 해서 발언하고 투표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당시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교수 역시 "NSC 구성은 원래 노무현 정부 당시 의장이 통일부 장관이었다"고 의견을 보탰다. 그는 "그땐 남북 관계가 최우선이고 한·미 관계는 남북 관계에 연동돼 있는 것이었다"며 "우선순위가 분명했다. 그래서 의장도 통일부 장관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정이 좀 필요하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건 남북 관계 개선"이라며 "우선순위를 지금부터 분명히 해야 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더했다.

김연철 이사장은 토론 말미에 "복합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부처 간 조율이 훨씬 중요해졌다"며 "그런 차원에서 NSC 기능과 역할, 조율 능력에 대한 많은 지적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선 좀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도 "NSC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는지 구성 멤버들은 자문할 필요가 있다"며 "부처 이기주의는 없었는지, 대통령의 결단에 도움을 줬는지, 오히려 부담을 더 주지는 않았는지 꼭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모호한 정부의 대북 메시지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 전 장관은 유엔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발표한 END 구상을 거론하며 "그 단어에서 북한이 얼마나 기분 나쁘고, 공포스러웠겠는지 한 번 역지사지로 생각을 해보자"며 "신뢰 구축을 하고 그다음에 평화 공존을 정착시키고 그다음에 협력으로 가든지 해야지 왜 북한을 겁을 주냐"고 반문했다.

문 교수는 최근 유럽 출장 당시 END 구상을 들은 외국 학계의 반응을 전하며 "우리한테는 적대관계 종식이지만 북한이나 또 제3자가 들었을 때는 북한 체제 종식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의도하고 이 메시지가 담는 의미하고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문 교수는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며 남한과 대화를 단절하고 나선 북한에 대해 "남측에서 헌법 3조의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북에서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그전에는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좀 적다고 본다"며 "헌법 3조와 관련된 두 개 국가론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정리를 하는 게 우리의 전략적 포석을 만들고 전략적 방향을 결정해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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