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일탈회계 허용 3년 만에 뒤집힐 듯…'밸류업 후폭풍'

유배당 계약자 몫 회계처리, 자본 또는 보험계약 부채로 인식

자사주 소각에 지분율 변화 셈법 복잡…'나비효과' 어디까지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진=삼성생명]

금융당국이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 회계처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일탈회계’ 유지 여부를 1일 관계기관과 모여 논의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주축인 삼성생명이 계열사별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은 1일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연석회의에서는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유배당 보험계약과 관련해 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일탈회계 유지 여부를 논의한다. 생명보험협회와 시민단체가 각각 금감원과 회계기준원에 관련 질의서를 제출한 만큼 이를 한 번에 처리하기로 했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사가 투자를 통해 창출한 이익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과거 삼성생명은 유배당 보험을 팔아 거둬들인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시간이 흘러 2023년 IFRS17이 도입됐고, 삼성생명은 지분 매각과 그에 따른 처분 이익 배당 여부에 따라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의 삼성전자 지분을 자본 또는 보험계약 부채로 분류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2022년 계약자 몫의 지분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처리해 부채를 인식하는 예외(일탈회계)를 허용했다. 이를 자본으로 인식하면 장부상 삼성생명 부채가 지나치게 적게 인식돼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그러나 이번 연석회의에서는 이때의 예외 인정을 번복, 일탈회계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일탈회계 관련,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내부 조율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일탈회계 불허로 결정되면 삼성생명은 앞으로 유배당 계약자 몫의 삼성전자 지분을 회사 판단에 따라 자본 또는 보험계약 부채로 다시 분류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구체적인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을 세워야 이를 보험계약 부채로 인식할 수 있는 만큼 자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의 몫을 장부에서 별도로 확인할 수 없게 된다는 점 등에서 계약자 반발을 마주할 수도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생명이 계열사 밸류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탈회계 논란이 지난 2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당시 삼성생명이 지분율 조정을 위해 보유중이던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매각한 데서 촉발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삼성화재 자사주 소각 계획 발표 당시에도 삼성생명은 보험업법 준수를 위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지분법 적용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삼성 지배구조 상 중요한 위치에 있어 관련 지분율 변화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삼성생명 밸류업 공시가 늦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